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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보고 노 젓는 동료들의 눈과 입…나는 콕스다

등록 2013-08-29 19:05수정 2013-08-29 22:24

한국 조정 에이트 대표팀이 27일 충주 탄금호에서 이경원(맨 오른쪽) 콕스의 지시를 받으며 연습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조정 에이트 대표팀이 27일 충주 탄금호에서 이경원(맨 오른쪽) 콕스의 지시를 받으며 연습 훈련을 하고 있다.
*콕스: <키잡이>

조정 에이트종목 이경원 콕스
배 균형 잡고 방향 맞추는 역할
28년 경력의 국내 최고 실력자
“파이팅! 힘 맞추자” 격려 구령도
꼴찌 했지만 “1초 당겼다” 웃음
전문콕스 명맥 끊겨 육성 과제

“힘 좀 맞추자.”

8명이 노를 젓는 조정 에이트(8+) 종목의 한국 대표팀 이경원(42·용인시청·사진) 콕스의 고함이 터져 나온다. 배 오른쪽과 왼쪽 노의 물속 힘 균형이 무너져 배가 한쪽으로 쏠리니 부족한 쪽에서 ‘더 힘차게 노를 저어라’는 주문이다. “바우 파이팅!” “스트로크 파이팅!”

이경원 콕스
이경원 콕스
27일 국제조정연맹(FISA) 충주세계대회가 열리는 탄금호 연습장에 콕스의 목소리가 울린다. 뱃머리부터 1번은 ‘바우’(bow) 8번은 ‘스트로크’(stroke)라 불리는데, 선장 격인 콕스는 바로 앞의 스트로크와 끝쪽의 바우를 호명한다. 보통 2명씩 부르며 파이팅을 요구하지만 한 선수를 콕 집어서 소리 지를 때도 있다. “경기를 하다 보면 배가 오른쪽이나 왼쪽, 어느 한쪽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모두 똑같은 힘으로 노를 젓지 못해서 생기는데, 체력이 달리면 힘을 빼는 선수도 있죠.”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한 콕스의 지적을 받으면 선수들은 “분발해서 힘을 더 써야” 한다.

한국 대표팀의 이경원 콕스는 국내 최고의 전문 콕스다. 충남 덕산고 1학년 때인 1985년부터 콕스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28년 경력을 자랑한다. 콕스의 몸무게가 가벼우면 유리하지만 55㎏ 이상이 돼야 한다. 55㎏ 이하면 부족한 만큼 모래주머니를 달고 경기를 해야 한다. 조정 강국의 콕스는 보통 56~57㎏의 체중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문화 정도가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콕스의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간다. “어려서부터 전문 콕스로 육성되지 않으면 체중을 맞추기 힘들죠. 무거우면 경기력엔 마이너스입니다.” 국내 등록 조정 선수는 모두 680여명으로 17개 실업팀 중에서 에이트 종목이 있는 팀은 9개다. 팀마다 전문 콕스가 부족해 경량급 선수가 콕스 역할을 맡는다. 보통 75㎏ 정도까지 나간다.

콕스는 배의 균형을 잡고, 저항을 줄여 곧장 앞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방향키도 조작하면서 선수들의 힘 낭비를 없애야 한다. 오른손으로 잡은 줄을 앞으로 밀면 배가 오른쪽으로, 왼손으로 잡은 줄을 앞으로 밀면 왼쪽으로 회전한다. 콕스가 잘못하면 보통 시속 23㎞로 달리는 배가 순식간에 균형을 잃는다. “노를 젓다가 배의 균형이 깨지면 배가 우당탕거리고 방향이 틀어집니다. 규정된 2000m가 아니라 3000m를 가는 듯 힘듭니다.”

때문에 콕스는 리더십과 상황 판단력, 선수와 배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살필 수 있는 리듬감각을 갖춰야 한다. 선수들에게 다른 팀의 위치와 거리 차이 등 경기 상황도 알려준다. 결승선이 가까워지면 마지막 힘을 끌어내는 구령도 잊지 않는다.

한국 에이트 대표팀은 세계조정대회에는 처음 참가했다. 세계 수준과 워낙 실력 차이가 커 참가할 엄두를 못 냈다. 이번엔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지만 26일 예선 2조에서 꼴찌(6분09초39)를 했다. 1위 영국(5분32초77)과 30초 이상 차이가 났다. 28일 패자부활전에서도 6분07초93으로 꼴찌(6위). 호흡을 맞추려면 몇달은 연습을 해야 하는데 함께 훈련한 것은 2주밖에 안 됐다. 첫 출전이라서 긴장을 많이 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경원 콕스는 “1초 당겼다”며 낙담하지 않았다.

유럽 등 외국에서는 ‘조정의 꽃’으로 각광받지만 국내 에이트 부문 전문 콕스의 맥은 사실상 끊어진 지 오래다. 젊은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격차가 크게 나는 에이트보다 메달 가능성이 있는 경량급 종목을 선택하는데, 이 종목들은 대개 콕스가 없다. 초·중·고팀에는 에이트 부문이 아예 없다. 이경원 콕스는 “선수층이 얇아서 많은 것을 욕심낼 수는 없다. 지금 상황에서라도 목표인 5분대 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에이트팀은 새달 1일 마지막 경기인 순위결정전에 나선다.

충주/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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