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라가 18일 안성오픈 단식 결승에서 함미래를 상대로 양손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별별 스타 ㅣ 테니스 이예라
올시즌 국내 여자단식 6관왕
WTA투어·메이저대회 출전 꿈
“경기장서 응원 부탁드려요
기업도 후원 많이 해줬으면…”
올시즌 국내 여자단식 6관왕
WTA투어·메이저대회 출전 꿈
“경기장서 응원 부탁드려요
기업도 후원 많이 해줬으면…”
“테니스는요,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힘든 운동이에요. 요즘같이 더울 때는 두배로 힘듭니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죠.”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과 팔다리, 바늘로 찔러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근육질, 그리고 해맑은 미소. 국내 여자테니스 무대 ‘절대강자’다운 면모가 배어 나왔다.
올 시즌 여자단식 6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예라(26·NH농협). 2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농협대 숙소에서 만난 그는 “시합이 계속되다보니 너무 힘들어 쉬고 있다”는 말부터 했다. 올해 여자실업연맹 1차전을 시작으로 여수오픈, 김천 여자서킷 1·2차대회, 춘천오픈, 안성오픈까지 6개 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5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전국체전과 실업연맹 2차전이 남아 있는데 최대 8관왕까지 가능하다. 단체전과 복식까지 합치면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는 10개가 넘는다.
“국내 최강은 아니고요. 그냥 국내에서 열심히 치는 선수입니다.” 겸손했다. 박용국 농협 감독은 “올라운드 플레이형으로 코트 커버 능력이 아주 좋다”고 평가했다. “포핸드 톱스핀을 국내에서 제일 잘 치고, 백핸드도 양핸드와 원핸드 슬라이스를 잘 구사한다. 힘이 좋고, 기교 테니스에 능하다.” 본인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플레이를 한다. 잘 뛰고 열심히 한다”고 했다.
라이벌보다는 자신과의 싸움, 즉 멘털을 가장 중요시한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얼마만큼 참고 견뎌내느냐에 따라 이기고 지는 것이라고 봐요.”
한국 테니스는 남녀 할 것 없이 여전히 세계무대로 힘찬 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랭킹 200위 안에 들어야 4대 그랜드슬램대회 예선에 나갈 수 있는데, 그런 자격이 있는 선수는 찾아볼 수 없다. 이예라는 국내 절대강자이지만 해외투어에 나가 포인트를 쌓지 못해 400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21살이던 2008년 세계랭킹 178위까지 오르며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3개 그랜드슬램대회 예선에 출전하는 등 기대주로 주목을 한몸에 받은 적도 있다. 한솔의 후원을 받아 한해 30개 이상의 해외투어를 뛰며 포인트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해 말 왼발등뼈가 부러져 제동이 걸렸다. 결국 이후 부상 후유증으로 성적이 나지 않아 해외투어 생활도 접었다. 그리고 2011년 10월 농협에 입단해 2년 남짓 각종 국내대회 우승 트로피를 쓸어담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그랜드슬램대회 예선에 가보고 싶어요. 세계랭킹 150~250위 정도가 되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 나갈 수 있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해외투어에 나가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스폰서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기업들이 테니스에 많은 후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동호인도 많은데, 본인들 치는 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이 와서 응원해주면 한국 테니스가 일어서지 않을까요? 관중이 없으면 우승해도 실감이 안 나요. 지난해 춘천오픈 결승 땐 센터코트에 관중이 고작 10명이더라고요.”
고양/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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