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세번째 놓친 이인종이 경기를 마치고 돌아와 위로를 받는 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길우 선임기자
태권도 대표팀 맏언니 이인종
세계대회 3번 나가 모두 2위
“하늘의 뜻인듯…그래도 행복”
이대훈·김소희 금메달 추가
한국 남녀 종합우승 확정
세계대회 3번 나가 모두 2위
“하늘의 뜻인듯…그래도 행복”
이대훈·김소희 금메달 추가
한국 남녀 종합우승 확정
정말 환하게 웃는다. 가식적인 웃음이 아니다. 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에 행복이 흐른다. 정작 슬퍼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다. 모두들 눈을 피한다. 어떤 후배는 눈물을 훔친다. 벌써 세번째이다. 세계태권도대회 결승에서 패해 금메달을 놓친 것이.
한국 여자태권도의 맏언니이자 기둥인 이인종(31·삼성에스원)이 지난 20일(한국시각) 멕시코 푸에블라의 전시장에서 열린 2013 세계태권도대회 여자 73㎏급 결승에서 쿠바의 글레니스 에르난데스에게 패했다. 마지막 6초를 남기고 역전당했다. 계속 앞서 나가다가 상대의 왼발 돌려차기에 몸통을, 오른발 돌려차기에 얼굴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역전당했다. 물론 상대의 기술이 뛰어났지만 억울할 만했다. 어떻게 눈앞에 둔 금메달인데….
11살부터 소심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 태권도를 한 것이 벌써 20년째이다. 서울체고와 한국체대, 그리고 삼성에스원까지. 이인종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국제 무대에만 서면 ‘만년 2인자’였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2년마다열리는 세계대회에 3번 출전했지만 번번이 은메달이다. 세번 모두 막판 10여초를 남기고 역전패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는 동메달도 못 땄다.
이번 푸에블라 대회에 이인종은 10살 연하의 후배들과 선발전을 치러 국가대표로 뽑혔다. 남녀 출전한 16명의 선수단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다. 그러니 꼭 금메달을 따야 했다. 결승에 지고 선수대기실에 돌아온 이인종에게 박수는 쳤지만 분위기는 뻘쭘했다. 순간 이인종은 웃었다. “괜찮아요, 언젠가는 우승하겠죠.” 본인이 다른 이들을 위로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물었다. “억울하지 않으신가요?” “ 뭘요? 상대 기술이 좋던데요.” 그리고 물 한모금 마신다. 그런곤 한마디 한다. “제가 문제가 있긴 있나 봐요.”
한 지도자가 이인종에게 다가간다. 수건을 들어 얼굴에 흠뻑 난 땀을 닦아준다.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다음엔 우승하자.” 이인종이 답한다. “하늘의 뜻대로 하는 거죠, 뭘.” 이인종은 “세계대회 다시 한번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덤으로 얻었다고 생각했다, 우승 기대는 아예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를 이겨 나가자는 마음뿐이었고 결승전도 첫 게임이라 생각하고 들어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비록 이번 대회가 선수로서 마지막일지 모르나 내 인생에서는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일 겁니다. 이루지 못한 목표가 계속 있어서 좋아요.” 이런 이인종에 대해 ‘달관했다’와 ‘근성이 없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시상식을 마친 이인종 주변에는 수십명의 멕시코 팬들이 둘러싸 사인을 요구하고 사진을 함께 찍는다. 이인종의 얼굴에 더욱 환한 웃음이 퍼진다. 심리학적으로는 은메달을 딴 선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훨씬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이인종은 예외인 것 같다.
한편 한국은 21일 대회 6일째 경기에서 남자 63㎏급 이대훈(용인대)과 여자 57㎏급 김소희(한체대)의 금메달로 종합우승을 확정했다. 이대훈은 심판중지(RSC)승을 거둔 준결승을 제외한 4경기에서 ‘12점 차 승’을 거뒀고, 김소희는 함께 출전한 최경량급의 동명이인 김소희와 함께 동반 금메달을 따냈다.
푸에블라(멕시코)/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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