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종합사격장에 위치한 공기권총 10m 사격장 내부 모습.
규칙 바뀐 사격 체험해보니
1발당 제한시간도 25초나 줄여
선수 힘들지만 보는 재미 커져
1발당 제한시간도 25초나 줄여
선수 힘들지만 보는 재미 커져
발사대 앞에 바짝 다가섰다. 긴장됐다. 시험발사 때 잘 보이던 표적이 흐릿하게 보였다. 표적지를 겨눈 손도 제멋대로 움직이며 떨렸다. 시간은 자꾸 흘렀다. 50초 안에 발사하지 않으면 실격이다. 심호흡을 한번 더 한 뒤 다시 표적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30일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종합사격장. 올해부터 변경된 국제 사격규정에 따라 남자 10m 공기권총 경기 체험을 했다. 예선은 60발 격발 경쟁 그대로다. 하지만 결선은 다르고, 예선 점수도 의미가 없다. 8명의 결선 진출자들은 ‘서든데스’로 최후의 승자를 가린다.
개정 이전에는 8명의 선수가 10발씩 쏜 뒤 예선·본선 점수를 합산했다. 하지만 이제 결선 성적만으로 순위를 가린다. 방식은 생존 게임. 8명이 처음 3발씩 2회(회당 150초)를 쏘니 모두 6발은 기본적으로 쏜다. 그러나 그다음부터 달라진다. 이제 50초에 1발씩 2발을 쏘게 하는데, 최하위는 탈락한다. 이런 방식으로 2발마다 털어낸다. 만약 동점자가 나오면 동점자끼리 다시 2발씩 쏴 탈락자를 결정한다. 1발을 75초 안에 쏴야 했던 이전 규정보다 시간이 짧아져 선수들의 부담은 증가했다.
이날 대한사격연맹 초청으로 참가한 이들과 결선 사대에 서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집중하려고 해도 표적은 더 흐릿하게 보였다. 공기권총을 잡은 손도 더 많이 떨렸다. 탕탕탕~,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렸다. 3발씩 2회를 쏜 뒤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고 다시 사대에 섰다. 이제부터 매회 2발씩 쏜 뒤 탈락이다. 체험이라지만 ‘장난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옆에 있던 고등학교 사격선수에게 “손이 많이 떨린다”고 하자, 심호흡을 하고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하라고 조언해줬다. 결국 참가자 18명 중 3위에 만족하며 경기를 끝냈다. 정범식 대한사격연맹 부장은 “규정 변경으로 관중들의 재미는 2배로 늘었으나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새 경기 방식에서는 기록보다는 탈락하지 않는 게 승패의 기준이 됐다. 정 부장은 “기록 부분이 애매하게 됐다. 국제사격연맹이 연말에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창원종합사격장에서 5~11일 열리는 ‘2013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가 새로운 규정을 적용해 열린다. 지난달 28일 독일 뮌헨에서 ‘서바이벌 경기방식’으로 열린 2013 국제사격연맹 뮌헨 월드컵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우승한 진종오(34·KT)를 비롯해 여자 간판 김장미(21·부산시청)도 참가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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