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체험단이 탄 요트가 27일 경기 화성 전곡항 앞바다에서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있다.
코리아매치컵 사무국 제공
요트 직접 몰아보니
“요트는 비와는 무관, 바람이 중요
바람불면 움직이고 그치면 멈춰”
29∼6월2일 화성서 세계요트대회
“요트는 비와는 무관, 바람이 중요
바람불면 움직이고 그치면 멈춰”
29∼6월2일 화성서 세계요트대회
“바람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김동영 선장(스키퍼)이 요트의 방향을 전환하는 휠(조종대)을 기자에게 넘기며 주의를 줬다. 휠을 손에 쥐는 순간 묵직한 ‘바람’의 힘이 느껴졌다. 바람에 맞서 요트를 움직이려 휠을 돌리려고 하니 만만찮은 힘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배가 오른쪽으로 회전하고 왼쪽으로 움직이면 왼쪽으로 회전했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바람의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해 돛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면 요트의 속도가 나지 않았다. 바람이 돛에 닿아 팽팽한 상태를 유지해야 요트는 양력을 힘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 요트를 타기에는 좋지 않은 날씨라고 걱정했으나 기우였다. “요트는 비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바람이 제일 중요하죠.” 김 선장은 “바람이 불면 요트는 움직이고 바람이 멈추면 요트도 멈춘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전곡항에서 열리는 2013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를 이틀 앞둔 27일 오후 처음 요트를 타보았다.
요트를 타고 전곡항을 벗어나자 선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선원들은 줄을 풀어서 큰 돛과 작은 돛을 순식간에 펼쳤다. 돛에 바람이 닿자 펄럭이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팽팽해졌다. 요트가 움직였다. 바람과 요트의 방향을 좀더 조정하자 요트의 속도가 빨라졌다. 시속 18㎞의 속도로 바다를 가르기 시작했다.
역풍에 요트는 옆으로 누웠다. 반대쪽 선체가 바닷물에 닿을락 말락 하며 위험한 순간이 펼쳐졌다. 배가 뒤집혀 물에 빠질까 걱정스러웠다. 김 선장은 “요트 아래쪽에 2톤짜리 킬(추)이 달려 있어 배가 아무리 옆으로 누워도 요트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며 안심시켰다.
“자, 이제 반대쪽으로 태킹.” 김 선장의 목소리가 바람을 뚫고 들렸다. 선원들은 다시 분주히 줄을 감기도 하고 풀기도 했다. ‘태킹’은 돛의 방향을 반대쪽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요트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방향을 바꿀 때 사용한다. 배는 다시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반대편으로 몸을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화성 전곡항의 정박지를 떠난 요트는 30여분을 항해하면서 몇차례 돛의 방향을 바꾸며 시속 20㎞ 정도의 속도를 냈다. 김 선장은 “이 정도 속도라면 최대 속도의 대략 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체험을 위해 탄 요트는 이번 대회에 사용되는 공식 요트(길이 11m·무게 4.5톤)인 ‘케이엠(KM)36’이다. 요트는 상대 팀보다 먼저 목표 지점에 도착해야 승리한다. 가장 짧은 거리를 항해한다고 해서 가장 빠른 것은 아니다. 45도 각도로 양력이 제대로 돛에 전달되어야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다. 요트는 뒤에서 불어오는 순풍을 받을 때 가장 빠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스듬히 바람을 받을 때 가장 빠른 속도를 냈다. 김 선장은 “비행기가 날개의 양력을 이용해 날듯이, 요트는 돛의 양력으로 전진한다. 요트는 정면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을 맞으면 전진하지 못하지만 45도 정도의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비스듬하게 전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요트팀이 모이는 2013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5일 동안 열린다. 주최 쪽에서 만든 똑같은 요트를 타고 참가 팀이 일대일 승부를 벌인다. 세계 랭킹 1위 지에이씨(GAC) 핀더 등 세계 랭킹 10위 이내 7개팀과 박건우가 이끄는 한국대표팀 등 모두 12개팀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요트 한 척에는 방향을 조절하는 조종대를 잡고 항해를 관장하는 선장과 돛을 조절하는 메인세일 트리머, 보조 세일을 조절하는 집세일 트리머 등 모두 5명의 선수가 승선한다.
요트는 반환점을 알려주는 부표를 가운데 두고 크게 원을 그렸다. 배는 더 많이 옆으로 기울었고 가슴이 콩닥거리는 찰나에, 배는 서서히 수평을 유지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빗줄기에 몸이 흠뻑 젖어 있었으나, 요트의 속도감과 짜릿함에 마음은 날았다.
전곡/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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