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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머니…우리가 이겼습니다

등록 2013-03-19 21:15수정 2013-03-20 08:14

우리은행 7년만의 통합우승

전주원 코치, 하루전 모친상 당해
“빈소 지키라” 만류에도 경기장행
삼성생명 꺾고 ‘눈물의 승리’
종료 버저가 울렸다. 만년 꼴찌 춘천 우리은행 선수들은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우승인가! 그러나, 아~.

전주원 코치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다. 아니 전 코치는 우는 것이 아니라 통곡을 하고 있었다. 순간 선수들의 눈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 코치는 “울지 마, 울지 마”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껴안았지만, 굳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검은 정장에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벤치에서 씩씩하게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지휘하던 전 코치의 어머니 천숙자씨는 바로 하루 전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 전날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2차전을 직접 경기장에 와서 관전하며 응원했던 어머니의 예기치 않았던 사망 소식은 전 코치를 큰 슬픔에 빠뜨렸다. 위성우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전 코치에게 빈소를 지키라고 말했지만 전 코치는 “어머니가 진정 바라는 것은 우승일 것”이라며 경기장에 나왔다.

그리고 꿋꿋하게 3차전을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틈나는 대로 훈련장을 찾아 먹거리를 갖다 주시던 전 코치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함께 쏟았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은 19일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케이디비(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3차전 삼성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66-53으로 이기며 3연승으로 정규리그와 챔피언전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2003년 겨울리그에서 삼성생명을 꺾고 처음 통합우승을 달성한 이후 통산 다섯번째로 오른 정상이다. 또 우리은행은 가장 최근 우승인 2006년 겨울리그 이후로 7년 만의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주장 임영희는 전주원 코치에 대해서 고마움을 전했다. 임영희는 “전 코치님 어머님께 우승컵을 드릴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위성우 감독님과 함께 많이 힘을 주었다”며 “동료들과 함께 다음 시즌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꼴찌를 할 때도 내게 새롭게 기회를 준 우리은행은 고맙고 애정이 가는 팀이었는데 이렇게 우승을 했다. 올해는 정말 최고의 해”라며 감격해했다.

그야말로 ‘꼴찌의 반란’이다. 스타 선수도 없는데다 감독과 코치도 ‘초짜’이다.

2006년 겨울리그 우승 이후 최근 5년간 성적은 6개 구단 가운데 5-6-6-6-6위였다.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던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에 위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 등 신임 코치진이 지휘봉을 잡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혹독한 훈련과 뿌리 깊은 패배의식을 떨치면서 정규리그에서 바람을 일으켰고, 마침내 통합우승까지 차지했다. 위성우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선수들이 이렇게 잘해낼 줄은 몰랐는데 내 눈에만 부족하게 보였던 것 같다. 챔피언전을 거치며 부쩍 성장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전주원 코치와는 형제 같은 사이이고 어떤 때에는 누나처럼 현명한 조언을 하며 항상 해답을 준다. 전 코치의 어머님과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선수단은 이날 밤 전 코치 어머니의 빈소를 찾아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았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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