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다른 조직이나 단체는 대부분 선진화하고 있는데, 체육단체는 30년이 지나도 변한 게 별로 없네요.”
지난달 22일 실시된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대의원 자격으로 나갔던 한 경기단체 임원의 푸념이다. 그는 “회장 선거를 하는데 공정성을 담보할 선거관리위원회조차 없느냐”며 한국 체육계의 후진성을 꼬집었다. 어떤 조직이든, 선거를 하게 되면 으레 선거관리위원회라는 것이 구성되고, 선관위가 후보자의 선거 운동과 기간 등을 제어하게 된다.
그의 지적에 따라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규정을 알아봤다. 담당 실무자는 “정관과 별도로 회장 선거 규정이 따로 있다. 경영전략팀이 업무를 관장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회장 선거 때 선관위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과거부터 그렇게 해왔다. 그걸 왜 나한테 따지느냐, 팀장에게 물어보라”며 피해갔다. 이번 회장 선거에는 여권 프리미엄을 가진 김정행 용인대 총장이 54표 중 딱 과반인 28표를 얻어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25표)을 누르고 체육계 새 수장이 됐다.
선거 과정을 보면 주먹구구식인 한국 체육행정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선관위가 없다 보니 논란이 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이를 판단해줄 공정한 기관이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박용성 체육회장은, 새 회장 선거에 투표권을 가진 선수위원장 자리에 김정행 후보에게 유리한 인사를 선임해 논란을 빚었다. 선수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체육회는 별 문제가 없다고 눌러버렸다. 결국 선거 당일 김정행 총장이 당선되자, 이 한표가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소리도 나왔다.
투표와 개표, 검표 등 진행도 당일 즉석에서 대의원 중에서 임의로 뽑아 맡도록 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60개에 육박하는 경기단체를 거느린 한국체육의 총본산 체육회장 선거라고 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초등학교 회장 선거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4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선을 벌였던 지난 1월29일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도 선관위 없이 실시됐다. 일부 후보자가 대의원들에게 돈을 뿌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이런 것을 감시하거나 제어할 선거기구가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당시 조중연 회장이 협회 법무팀에서 하자고 제의했고, 후보들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그런 식으로 진행됐다. 이원재 협회 홍보국장은 “그동안 문제가 지적돼 앞으로는 회장 선거를 선관위를 구성해 일임하기로 했다”고 했다.
엘리트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 숱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포츠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지만, 체육회는 회장 선거 규정 하나 선진화시키지 못하는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할 정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체육단체의 선진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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