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배구 왜 강한가
신치용 감독 “훈련도 목숨 걸고”
선후배 열외 없어 신뢰 높아져
외국인 선수들 ‘괴물’로 조련
야식·휴대폰 관리까지 빈틈없어
신치용 감독 “훈련도 목숨 걸고”
선후배 열외 없어 신뢰 높아져
외국인 선수들 ‘괴물’로 조련
야식·휴대폰 관리까지 빈틈없어
야식으로 라면 끓여 먹는 것도 두렵다. 휴대폰도 밤이면 내 것이 아니다. 프로 선수인데 너무 강압적이라고?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최강팀을 만든다. 프로배구 출범 뒤 8시즌 동안 6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 2012~2013 시즌도 23일 켑코(KEPCO)전에서 승점 1점만 보태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으며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낸다. 9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남자배구 ‘1등 단골’ 삼성화재의 비밀은 무엇일까?
■ “선수는 바뀌지만 감독님은 한 분” 석진욱, 여오현 등 고참 선수들은 신치용 감독의 지도력을 삼성화재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신 감독은 1995년부터 지금까지 18년 넘게 삼성화재 배구단을 이끌고 있다. 선수들 개개인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 외국인선수 교체와 주전들의 고령화에도 삼성화재가 흔들리지 않는 주된 이유다. 신 감독은 훈련 제일주의와 함께 정신교육도 중요시한다. 석진욱은 “월요일 아침 미팅 때마다 감독님이 ‘1등 한다고 건방떨지 말고 겸손하게 배구 하라’고 강조한다. 자만해질 틈이 없다”고 했다. 구단 프런트가 현장 일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는 것도 삼성화재가 꾸준한 성적을 내는 요인 중 하나다.
■ 쿠바 특급도 놀란 훈련 강도 삼성화재 훈련은 악명이 높다. 훈련 시간은 다른 팀과 비슷하지만 훈련 강도가 세다. 주전이 아닌 선수들은 경기 다음날 오전에도 훈련을 한다. 때문에 “훈련하기 싫으면 주전이 돼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훈련 강도에 지쳐 2~3주 뒤 “배구 못하겠다”고 말했던 신인 선수들도 더러 있었다. 쿠바 출신 레오도 삼성화재 훈련 강도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최고참들이 훈련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니 다른 선수들도 결국 따라온다. “훈련도 목숨 걸고 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신 감독은 훈련 때 나태한 선수들을 가차없이 체육관 밖으로 쫓아낸다.
여오현은 “삼성화재 조직력은 반복훈련을 통해 다져진다. 선후배 열외 없이 집중력있게 훈련하니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고 했다. 석진욱 또한 “시즌 전부터 힘들고 고되게 훈련한 것 때문에 경기에 지면 억울하고 분하다. 우승 마지막 관문인 챔프전에서 절대 지고 싶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삼성화재는 전력 분석도 경기 당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다.
■ 그들이 ‘괴물’이 되는 이유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 등 ‘괴물’로 불렸던 외국인 선수들의 첫해 연봉은 1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화재 안에 녹아들면서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다. 가빈 대신 영입한 레오도 마찬가지다. 레오는 삼성화재의 수비력, 조직력과 맞물려 정규리그 득점·공격성공률·서브 1위라는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한 배구 관계자는 “괴물이 삼성화재로 간 게 아니라 삼성화재가 괴물을 만들어낸다”고 표현했다.
신 감독은 “여오현이 레오가 국내 생활에서 외롭지 않도록 안팎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구단도 쿠바에서 레오 가족들을 초빙하는 등 대우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레오 또한 “삼성화재 코칭 스태프나 선수들이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나를 가족처럼 대해주고 챙겨준다”며 흡족해한다.
■ 몸 관리도 철저히 삼성화재 선수들은 매일 아침 6시30분 체중계에 올라선다. 전날 체중에서 500g 안팎의 변화가 있으면 안 된다. 야식으로 컵라면을 먹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생일 등의 이유로 단체로 통닭, 피자 등을 시킬 때도 감독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신 감독은 “몸 상태가 나쁘면 체중에 급격한 변화가 오고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스포츠 선수는 몸이 자산이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밤 10시50분이면 휴대폰도 자진 반납한다. 자율성 침해라는 오해의 소지도 있으나 선수들은 대체로 만족한다. 석진욱은 “처음에는 불만도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다. 방해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신 감독은 “좋은 휴식도 좋은 훈련이다. 쉴 때는 푹 쉬어야만 경기력이 좋아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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