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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육상] 한국 마라톤 ‘아 옛날이여~’

등록 2005-08-15 18:44수정 2005-08-16 00:36

‘우물안 경쟁’ 우울한 성적 낳아 일, 남녀단체 1·2위 강세 대조
 ‘한국 마라톤은 초상집, 일본 마라톤은 함박웃음.’

15일(한국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끝난 제10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육상은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다.

트랙과 필드경기에서 모두 예선 탈락했고, 남녀 마라톤 역시 최하위권으로 밀렸다. 특히 남녀 마라톤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은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는 3, 4, 20위 등을 차지하며 3명의 성적으로 순위를 정하는 단체전에서 우승을, 여자는 6, 8, 10위를 차지하며 케냐에 이어 단체전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이봉주, 황영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채 마라톤 강국이라고 허세부릴 때, 일본은 한국을 뛰어 넘어 이미 세계적인 마라톤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무엇이 일본과 한국의 마라톤을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로 만들었을까?

우선 일본 선수들은 20대 중반까지 5000m나 10000m 등 중장거리에 몰두한다. 이미 마라톤의 세계적 추세는 지구력이 아닌 스피드가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5000m 구간을 13분30초대를 끊어야 세계 정상 수준인 2시간 5~6분대를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14분10분대가 최고 수준이다. 한국 5000m 최고 기록이 13분50초35인 것을 보면 한국의 중장거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할 수 있다. 일본은 역전 이어달리기가 육상의 최고 인기종목이며 20대 중반까지 달리기 선수들이 마라톤에 뛰어들지 않는다. 5~10km씩 끊어 달리는 역전마라톤 구간별 우승자는 하루 아침에 스포츠 스타가 될 정도이다.

새해 벽두에 열리는 ‘뉴이어 에케덴’(신년맞이 역전대회)에는 전국의 100여개 실업팀 가운데 예선을 거친 30개 팀만이 출전한다. 미즈노, 토요다 등 100여개 기업이 마라톤팀을 육성한다. 굳이 일찍부터 마라톤 풀코스를 할 이유가 없다.

반면 한국은 고교 졸업과 동시에 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한다. 스피드를 제대로 몸에 익히지 않은 채 주먹구구로, 지구력을 앞세워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 대회는 기록은 뒷전이고 순위 경쟁 체제이다. 한국의 100여개 마라톤팀 가운데 실업팀은 삼성전자, 코오롱 두 팀에 불과하고 대부분 시, 군, 도청 팀이다. 그러니 1년에 한번 전국체전에 출전하면 된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두 달 정도만 훈련하면 생계가 보장되는 것이다.


이번 남자 마라톤에서 4등을 차지한 다카오카 도시나리의 경우 이봉주와 동갑(35)이다. 이봉주가 20살 때인 1990년 마라톤 풀코스를 뛰기 시작한 것에 비해, 도시나리는 10년 뒤인 2000년부터 풀코스를 뛰었다. 그때까지 중장거리 선수로 스피드을 익힌 것이다.

선수층도 큰 차이가 난다. 일본은 역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한 팀에 최소한 7~8명을 확보해야 한다. 상위팀인 아사히 카세팀은 30여명의 선수가 포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 시, 군, 도청 팀에 1~2명의 선수가 있을 뿐이다.

매년 열리는 세계하프마라톤선수권대회에 일본은 5명의 선수를 항상 출전시키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한 명도 출전한 적이 없다. 시, 군, 도청 팀은 소속팀 선수가 한국 기록을 세우는 것보다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것에 만족한다.

선수층이 얇디 얇은 한국의 마라톤이 전국체전에서 도토리 키재기 식의 경쟁을 벌이는 동안 선수층이 두터운 일본의 마라톤은 스피드를 앞세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세계 정상에 확실히 도약한 것이다.

일본 <포토 기시모토>의 육상전문 사진기자 아키라 기시모토는 “국제육상대회에서 정상권에 진입할 수 있는 종목으로 일본은 마라톤을 선택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해 온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육상연맹이 지금부터라도 기초를 다지는 작업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미래에 마라톤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기록과는 상관없이 순위에만 치중하는 현재의 전국체전 같은 제도를 유지하는 한 마라톤은 계속 추락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기업들이 마라톤팀을 육성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헬싱키/글 사진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여자 창던지기 세계신… 메넨데스, 종전기록 16cm 늘려

쿠바의 ‘괴력녀’ 오슬레이디스 메넨데스(26)가 2005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번째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메넨데스는 15일 새벽(한국시각) 핀란드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여자 창던지기 결승에서 71m70을 던져 2001년 자신이 세운 종전 세계기록(71m54)을 16㎝ 늘리며 우승했다.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메넨데스는 크리스티나 오베르크폴(독일·70m03)을 제치고 2001년 에드먼턴대회에 이어 생애 두번째 세계대회 타이틀을 따냈다.

앞서 열린 여자마라톤에서는 폴라 래드클리프(31·영국)가 2시간20분57초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북한의 정영옥은 2시간29분43초로 14위에 올랐고, 한국의 오정희(삼성전자)는 2시간47분42초로 44위에 그쳤다.

미국은 금메달 14개, 은메달 8개, 동메달 3개로, 러시아(금7, 은8, 동5)를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0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50km 경보의 김동영(국군체육부대)과 20km 경보의 신일용(삼성전자)이 16위를 차지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예선 탈락하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헬싱키/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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