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리 태환이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마린보이’ 박태환(24·사진)의 아버지 박인호(64)씨는 3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런던올림픽 포상금 5000만원을 미지급하기로 결정한 대한수영연맹의 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박씨는 “연맹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었다. 포상금을 받기에 결격사유가 있다면 먼저 설명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태환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고, 나도 어제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포상금을 받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열심히 훈련하는 애를 이런 식으로 흔드는 것에 화가 난다”고 했다. 박씨는 “태환이가 국가대표로서 품위를 손상시킬 만한 행동을 했는가? 어째서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대한수영연맹의 이기흥 회장은 박태환이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 선수들의 귀국 일정을 맞추는 데 협조하지 않았고, 올림픽 직후 열린 전국 마스터스수영대회에 박태환이 불참한 점 등을 이유로 박태환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 회장은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도 “꿈나무를 대상으로 연맹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런던에서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등 대표선수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교육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태환이 런던에서 실격 번복 사태를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먼저 오려고 한 것도 아니고 원래 예정된 귀국일에 돌아오려고 한 건데, 지친 상태에서도 선수단 요청으로 귀국일 늦추고 그쪽에서 요청하는 행사들 전부 참여하고 왔다. 그런데도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고 섭섭한 마음을 밝혔다. 또 마스터스대회에 불참한 일에 대해서는 “연맹이 태환과 미리 일정을 맞추지 않고 일방적으로 참가를 발표했다. 태환도 자기 일정이 있는데 연맹의 일방적인 발표에 따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식으로 애를 흠집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맹은 박태환에게 지급될 포상금을 다이빙 기대주 2명의 중국 전지훈련비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씨는 “그동안 태환이 받은 포상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다. 베이징올림픽 포상금은 국가대표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훈련에 사용하도록 했고, 2011년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400ｍ 금메달을 따고 받은 포상금은 수영 꿈나무와 다이빙 등 소외 종목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했다. 이번에도 다이빙 선수의 훈련비용이 필요했다면 태환과 상의해서 그렇게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연맹에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열심히 하는 애 괜히 마음 아프게 흔들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며 씁쓸한 마음을 밝혔다

한편 인터넷상에서는 수영연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방적이다. 트위터 아이디 hoodman55는 “회장의 치졸하고 치사한 복수극인가? 어린 선수들한테 말 한마디 없이 포상금 흐지부지 지급 안 하고 미뤄. 동기부여는 못할망정 약속이나 잘 지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mariah0520도 “런던에서 올림픽 끝나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한 게 화근이었네. 우리나라는 어디나 권위적이고 상하명령-복종 시스템이구나… 꾸짖음과 포상은 별개 문제”라며 연맹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m2i2you는 “올림픽 메달 따면 주기로 한 게 포상금 아닌가? 수영연맹 행사참석 대금이었나”라며 원칙 없는 태도를 비판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박태환 선수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세요!”라는 서명도 진행중이다. 현재 2014명이 동참한 서명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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