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준우승을 4차례 하며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허윤경이 올해 1승을 다짐하며 아이언채를 잡아 보이고 있다.
막판 불운·실수 겹쳐 번번이 눈물
마음 다잡고 정교한 웨지샷 훈련
“일단 1승만 하면 승수 쌓일 것”
일본 진출·올림픽 메달 포부 밝혀
마음 다잡고 정교한 웨지샷 훈련
“일단 1승만 하면 승수 쌓일 것”
일본 진출·올림픽 메달 포부 밝혀
세상은 1등만 알아준다. 그래서 “1등만 판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도 있었다.
1등과 2등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골프에서 1등과 2등은 상금이 곱절 차이난다. 그리고 우승자의 이름은 빛나는 데 반해 준우승자의 이름은 정상 문턱에서 발을 헛디딘 실패자 정도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실력 차이는 백지장 차이도 안 되거나 운이 없는 정도인데, 현실적으로 우승자와 준우승자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런 준우승을 허윤경(22·현대스위스)은 지난 시즌에 4번이나 했다. 우승은 한번도 못했다. 그래서 ‘준우승 전문’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따라다닌다.
실제로 준우승하면 얼마나 속상할까?
2009년 프로로 데뷔한 허윤경은 지난해 9월 연속해서 3번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첫번째 준우승이 지난해 9월6일부터 열린 한화금융클래식이다. 1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선 허윤경은 전반 8번홀(파3)에서 홀 30㎝에 공을 붙여 버디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추격하던 동갑내기 유소연(한화)이 티샷한 공이 허윤경의 공을 맞히며 함께 버디를 했다. 만약 유소연의 공이 허윤경의 공을 맞히지 않았다면 유소연은 파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불운도 겹쳤다. 16번홀에서는 그린에 올라간 공이 한 바퀴만 더 굴렀어도 홀에 가까이 다가갈 상황이었으나 2단 그린 정상에서 멈추는 바람에 3퍼트로 유소연에게 동타를 허용했다. 결국 마지막 18번홀에서 세번째 샷 때 아웃 오브 바운드(OB)라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며 유소연에게 1타차 우승을 ‘헌납’했다. 눈앞에 온 생애 첫 우승 기회가 날아갔고, 그날 밤 허윤경은 잠을 못 잔 채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그러면 허윤경은 우승하기엔 부족한 ‘새가슴’일까?
지난 18일 수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허윤경은 이미 8년 전부터 스포츠 심리 전문가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심리 상담을 해왔다고 밝혔다.
허윤경은 어릴 때부터 키가 크고 힘이 좋아 운동을 좋아했다. 특히 수영과 축구는 선수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허윤경은 초등학교 4학년 때에 어머니 권옥련(54)씨의 권유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권씨는 실업팀에서 활약했던 배구선수 출신. 골프를 하는 데 마인드 컨트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권씨는 수소문해서 중학생인 어린 딸을 서울대 권호성 교수에게 맡겼다.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권 교수는 일주일에 한번씩 허윤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 허윤경은 매우 그 시간이 지루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해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가 되면서 상담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우승에 대한 절실함이 아마도 다른 선수들보다 적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허윤경은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심리적인 문제보다 기술적인 문제라고 분석한다.
자신의 파3에서 버디 하는 확률은 현재 국내 프로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데 반해 파5 롱홀에서 버디 하는 확률은 40% 정도로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70야드 안의 웨지 샷을 홀에 가까이 붙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허윤경은 스스로를 평가한다.
“올해 목표는 1승을 하는 것입니다. 일단 우승을 한번 해보면 승수를 많이 쌓을 것 같아요.”
허윤경은 지난해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 2위(4억2000만원), 평균타수 2위(71.73타), 대상포인트 3위(271점)를 기록했다. 2년 전 상금순위 30위, 평균타수 22위, 대상포인트 21위 등과 비교하면 큰 성장을 했다. 시즌 막판 대회를 포기할 정도로 허윤경을 괴롭혔던 왼쪽 무릎 부상도 완쾌됐다. 누적된 피로가 원인이었다.
지난해 우승 한번 없이 상금왕 타이틀 유력 후보에도 올랐던 허윤경은 “많은 이들이 아쉽다고 위로해 주지만 만족스런 한 해였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확실한 목표가 눈앞에 있잖아요”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일단 국내 우승을 한 뒤 일본 투어 진출도 노리고 있다. 그리고 3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뒤 은퇴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상금랭킹 2위 자격으로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비스코 챔피언십 등 4개 대회에 출전할 기회도 잡은 허윤경은 지난 19일 베트남으로 겨울철 훈련을 떠났다. 칼을 날카롭게 갈고 오겠다며….
수원/사진·글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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