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리한 감량으로 링에 오르지도 못하는 실패를 겪은 임현규가 3월 유에프시(UFC) 일본 대회에서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16일 영하의 추위 속에서 임현규가 큰 키에서 작렬하는 위력적인 플라잉 니킥을 보여주고 있다.
긴 시간이 필요 없다. 경기 시작종이 울리는 순간 굶주린 야수처럼 상대방에게 돌진한다.
남들보다 긴 팔을 가졌다. 양팔을 벌리면 2m다. 그만큼 주먹의 사정길이가 크다.
게다가 다이너마이트급 위력을 담고 있다.
10번의 승리 가운데 한번의 판정을 뺀 나머지 9번의 경기가 1~2회에 끝났다. 케이오(KO) 아니면 서브미션(항복)이었다. 특히 최근의 다섯 경기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끝났다. 그와 맞붙은 대부분의 상대방이 제대로 몸도 풀기 전에 링 위에 사지를 늘어뜨려야 했다.
그래서 그는 최고의 격투기 무대인 유에프시(UFC)에 한국인으로는 다섯번째 파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폭풍질주하던 그는 유에프시 데뷔 무대에서 형편없이 추락했다.
그것은 악몽이었다.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었고,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허물어졌다.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고개를 숙였다.
양팔 길이 2m 격투사 임현규
10번 승리중 9번 2R안에 끝내 지난해 UFC 데뷔전 앞두고
감량으로 실신해 경기 접어 3월 UFC 출전 기회 다시 잡아
“플라잉 니킥으로 마무리할 것” 지난해 11월 유에프시 마카오대회에서 임현규(27·코리아탑팀)는 멋진 데뷔전을 보여줄 꿈에 부풀어 있었다. 임현규는 유에프시 첫 무대에서도 폭발적인 주먹을 만천하에 과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다가 실신했다. 과도한 감량이 몸의 균형을 망가뜨렸다. 대회 의료진이 경기 포기를 선언했으나, 임현규는 눈물을 흘리며 링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희미해지는 의식을 붙잡고 투지를 보인 임현규는 결국 본경기의 함성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귀국해야 했다. 그 무대에 오르기 위해 7년을 벼른 임현규였다. 강원도 영월초등학교 4학년때 축구선수를 하다가 6학년 때 육상부에 스카우트돼 트랙을 내달렸던 임현규는 육상부가 해체되자 동네 도장에서 권투를 시작했다. 영월공고를 다니며 권투를 익힌 임현규는 경북과학대 사회체육학과에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큰 특징 없는 대학생활을 보낸 임현규는 군 복무를 마치고 사설 보안업체에 취직해 건물 경비 업무를 하다가 우연히 격투기를 시작했다. 그러곤 레슬링 기술과 발차기 등 온갖 격투기 기술을 익혔다. 187㎝의 큰 키와 남보다 긴 리치는 서양의 격투기 선수와 맞붙어도 전혀 주눅들지 않을 ‘무기’를 장착한 셈이다. 임현규는 종합격투기 입문 석 달 만인 2006년 2월 스피릿 엠시(MC)에 출전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이후 통산 10승 1무 3패를 기록하고 있다. 피엑스시(PXC)라는 국제 격투기 기구에서 웰터급 챔피언을 지내며 군계일학의 자태를 뽐내던 임현규는 유에프시에 스카우트돼, 마카오 대회에서 인생 최고의 기회를 잡았으나 땀만 흘리다가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유에프시 사무국은 임현규를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실수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으나 예정된 출전비와 체재비를 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오는 3월3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유에프시 대회에 임현규를 다시 초청한 것이다. 임현규는 “한번의 큰 실패를 겪고 나니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계체량도 통과 못한 나 자신에 실망해 한동안 멘붕상태로 지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진정한 데뷔전을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는 브라질의 마르셀루 기마랑이스(구이마라에스·29). 전 브라질 정글파이트 챔피언을 지낸 8승 무패의 강자다. 원래 11월 마카오 대회 때 임현규의 첫 맞상대로 예정됐었는데, 기마랑이스는 당시 훈련 중 부상을 입어 마카오 대회에 오지 못했다. 이후 임현규의 상대는 데이비드 미첼(32·미국)로 교체됐다. 그러니 임현규와 기마랑이스는 둘 다 사연을 품고 이번에 맞붙게 된 셈이다. 임현규는 격투기 선수 초반, 링 울렁증으로 고생했다. 경기를 눈앞에 두고 선수 대기실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때로는 “대기실에서 뛰쳐 도망하고픈 충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임현규를 지난 8년간 조련한 하동진 감독은 “임현규는 아시아권에서는 보기 드문 신체조건을 가졌고, 타격이 좋아 세계 정상권에 쉽게 오를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임현규는 16일 오후, 영하의 추위를 떨치고 맨몸으로 플라잉 니킥(날아올라 무릎으로 공격)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것이 마무리입니다”라고 말했다. 늠름해 보인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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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니킥으로 마무리할 것” 지난해 11월 유에프시 마카오대회에서 임현규(27·코리아탑팀)는 멋진 데뷔전을 보여줄 꿈에 부풀어 있었다. 임현규는 유에프시 첫 무대에서도 폭발적인 주먹을 만천하에 과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다가 실신했다. 과도한 감량이 몸의 균형을 망가뜨렸다. 대회 의료진이 경기 포기를 선언했으나, 임현규는 눈물을 흘리며 링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희미해지는 의식을 붙잡고 투지를 보인 임현규는 결국 본경기의 함성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귀국해야 했다. 그 무대에 오르기 위해 7년을 벼른 임현규였다. 강원도 영월초등학교 4학년때 축구선수를 하다가 6학년 때 육상부에 스카우트돼 트랙을 내달렸던 임현규는 육상부가 해체되자 동네 도장에서 권투를 시작했다. 영월공고를 다니며 권투를 익힌 임현규는 경북과학대 사회체육학과에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큰 특징 없는 대학생활을 보낸 임현규는 군 복무를 마치고 사설 보안업체에 취직해 건물 경비 업무를 하다가 우연히 격투기를 시작했다. 그러곤 레슬링 기술과 발차기 등 온갖 격투기 기술을 익혔다. 187㎝의 큰 키와 남보다 긴 리치는 서양의 격투기 선수와 맞붙어도 전혀 주눅들지 않을 ‘무기’를 장착한 셈이다. 임현규는 종합격투기 입문 석 달 만인 2006년 2월 스피릿 엠시(MC)에 출전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이후 통산 10승 1무 3패를 기록하고 있다. 피엑스시(PXC)라는 국제 격투기 기구에서 웰터급 챔피언을 지내며 군계일학의 자태를 뽐내던 임현규는 유에프시에 스카우트돼, 마카오 대회에서 인생 최고의 기회를 잡았으나 땀만 흘리다가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유에프시 사무국은 임현규를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실수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으나 예정된 출전비와 체재비를 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오는 3월3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유에프시 대회에 임현규를 다시 초청한 것이다. 임현규는 “한번의 큰 실패를 겪고 나니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계체량도 통과 못한 나 자신에 실망해 한동안 멘붕상태로 지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진정한 데뷔전을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는 브라질의 마르셀루 기마랑이스(구이마라에스·29). 전 브라질 정글파이트 챔피언을 지낸 8승 무패의 강자다. 원래 11월 마카오 대회 때 임현규의 첫 맞상대로 예정됐었는데, 기마랑이스는 당시 훈련 중 부상을 입어 마카오 대회에 오지 못했다. 이후 임현규의 상대는 데이비드 미첼(32·미국)로 교체됐다. 그러니 임현규와 기마랑이스는 둘 다 사연을 품고 이번에 맞붙게 된 셈이다. 임현규는 격투기 선수 초반, 링 울렁증으로 고생했다. 경기를 눈앞에 두고 선수 대기실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때로는 “대기실에서 뛰쳐 도망하고픈 충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임현규를 지난 8년간 조련한 하동진 감독은 “임현규는 아시아권에서는 보기 드문 신체조건을 가졌고, 타격이 좋아 세계 정상권에 쉽게 오를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임현규는 16일 오후, 영하의 추위를 떨치고 맨몸으로 플라잉 니킥(날아올라 무릎으로 공격)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것이 마무리입니다”라고 말했다. 늠름해 보인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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