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스포츠단체 수장 자리 도전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우선 대한축구협회의 52대 회장 선거에 박근혜 당선인의 측근인 윤상현(51)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4일 후보등록을 마치면서 그의 당락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도 민주통합당 중진의원인 신계륜(59) 의원이 단독으로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대한배구협회는 그동안 임태희(57) 이명박 대통령 전 비서실장이 회장을 맡아왔는데, 차기 회장 선거에 다시 출마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 신장용(50) 민주통합당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한야구협회 회장 선거에도 이병석(61) 새누리당 의원이 현 회장인 강승규(50) 전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김재원(49)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사실 정치인들이 스포츠단체장을 맡은 경우 ‘얼굴마담’ 외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열정적으로 해당 종목 발전에 힘을 쏟는 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왜 정치인들은 스포츠단체장을 맡으려 하는 걸까? 얼굴을 알리려는 정치인의 계산도 있지만, 대개는 경기인들이 숙원사업을 해결하거나 현안을 풀기 위해 정치인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선 윤상현 의원은 최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아는 축구인들은 전부 다 나와서 이 판을 싹쓸이해달라 그런다. 왜 그러냐면 대한축구협회가 비리의 온상처럼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출마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본인의 의지도 강했지만, 일부 축구인들이 자신을 강력 지지한다는 얘기였다. 문제는 그가 그동안 축구 발전에 거의 기여한 바 없고, 축구인들과의 인연도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그런 사람이 축구계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배드민턴의 경우를 보자. 배드민턴협회는 지난해 대표팀 용품 후원 문제로 국정감사까지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4년 동안 대만 브랜드인 빅터 후원을 받았는데, 경쟁 브랜드인 일본 요넥스가 국회의원까지 동원해 문제점을 정치권으로 비화시킨 것이다. 그러자 협회 수뇌부는 야당 중진의원을 새 회장 후보로 추대했다. 일종의 방패막이인 셈이다.
정치인이라고 스포츠단체장을 맡지 말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반드시 경기인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수장 가운데는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다. 재벌 회장도 많다. 그러나 그동안 정치인이 맡으면 이름만 걸쳐 놓은 채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재벌 회장의 경우엔 회장 출연금이 많아 단체가 재정적으로 탄탄해지는데다, 경기인들 사이의 뿌리 깊은 반목도 사라지는 경향이 있었다. 경기인들이 맡은 경우엔 독선적 행정으로 회장 추종파와 반대파의 갈등의 골이 심화되는 경향도 적지 않았다. 각기 장단점이 있다.
회장 선거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각 경기단체. 투표권을 가진 경기인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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