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선이 13일 경북 청송에서 열린 2013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서 구조물 홀드에 아이스바일을 찍으며 올라가고 있다. 동일한 조건을 위해 자연빙벽이 아닌 인공장벽에서 경기를 했다.
아이스클라이밍 난이도 경기
신윤선·박희용 아쉬운 3위
신윤선·박희용 아쉬운 3위
경북 청송 부동면 항리의 주왕산 계곡에 자리잡은 얼음골은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자연의 신비로움이 계곡을 감싸고 있다.
그곳에 전세계 빙벽 등반의 고수들이 모였다. 2013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에 130여명의 얼음 스파이더맨들이 모였다. 한겨울의 복판에 추위를 온몸으로 맞서는 이들이다. 두 손에 얼음을 찍어 오르는 데 필요한 아이스바일(빙벽을 찍는 장비)을 들고, 날카로운 징이 박힌 등산화를 신고 얼음 암벽을 오른다. 인간의 근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현장이다.
13일 오후 영하의 싸늘함이 깊숙이 맴도는 얼음골 입구에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 암벽을 배경으로 아찔한 인공 절벽이 세워져 있다. 높이 20m의 직벽에는 20여개의 홀더가 빙벽 등반의 고수를 손짓하고 있다. 정상엔 90도로 꺾이는 경사와 함께 흔들거리는 공중 홀더도 있다.
하루 전 치러진 예선을 거쳐 결선 진출자들이 긴장된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빙벽을 빠르게 오르는 속도 경기에 이어 대회의 클라이맥스인 난이도 결승 경기. 신윤선(33·노스페이스)은 결선에 오른 8명 가운데 유일한 한국 선수였다. 2011년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두차례 월드컵대회 난이도 부문에서는 2위를 차지한 세계 정상의 선수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제한시간은 10분. 초반부는 손쉽게 오른다. 두 손의 아이스바일을 번갈아 찍으며 정상을 향한다. 그러나 곧 시련이 닥친다. 홀더의 간격이 멀고 다리를 뻗어 보아도 다음 홀더에 닿지 않는다. 그러나 힘을 모아 힘차게 내뻗는다. 때로는 두 손 사이에 한쪽 발을 꼬아 집어넣어야 한다.
아이스바일의 한쪽을 입에 물고 앞의 홀더에 밧줄을 걸어도 본다. 힘이 빠지면 손을 떨어뜨려 힘을 충전한다. 중반이 지나면 경사는 90도를 넘어 180도에 가깝다. 신윤선은 중반까지는 순조롭게 올랐으나 방향을 꺾을 때 피켈이 살짝살짝 홀더를 비켜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한국 응원단의 격려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힘이 난다. 숨을 고르고 손끝에 힘을 모은다. 8부 능선을 지날 때 남은 시간은 2분. 공중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홀더의 함정도 지났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홀더에 두개의 아이스바일을 찍는 것. 신윤선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졌다. 마지막 홀더가 자꾸만 멀어 보인다. 첫번째 시도는 실패. 조금 못 미친다. 거친 숨을 고르고 다시 시도한다. 또 아이스바일이 허공을 찍는다. 보는 이들의 탄성이 계곡에 꽉 찬다.
다시 시도한다. 그러나 신윤선의 마지막 시도는 거기까지였다. 제한시간 10분이 다 지났다. 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허공에 흩어진다. 힘들여 올라온 높이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결국 3위. 신윤선은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고,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여서 꼭 입상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부문 1등은 이탈리아의 안젤리카 라이네르(27)가, 2등은 러시아의 안나 갈랴모바가 차지했다. 남자부 난이도 경기에서는 한국의 간판 박희용(31·노스페이스)이 3위에 올랐다. 난이도 종합 순위에서 한국은 232점으로 러시아(286점)에 이어 2위가 됐다.
청송/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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