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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레오의 파괴력’ 훈련에서 나왔다

등록 2012-11-07 20:01

레오 마르티네스(22)
레오 마르티네스(22)
신치용 감독 “엄살 피길래
크게 혼냈더니 열심히 훈련”
레오 “쿠바팀보다 훈련 많아”
‘밀림의 왕’ 레오? 아니다. ‘코트의 왕’ 레오다.

프로배구 남자부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는 2012~2013 V리그에서 애초 중위권으로 분류됐다. 3시즌 동안 코트를 주름잡던 가빈 슈미트가 러시아리그로 진출한 영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화재는 여전히 강했다. ‘가빈’이 빠진 곳에 ‘레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쿠바 국적 외국인 선수 레오 마르티네스(22·사진)는 지난 3일 켑코(51득점), 6일 엘아이지(LIG)손보(36득점) 등 2경기에서 총 87득점을 쏟아내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2경기 공격성공률은 61.07%. 안젤코(46.30%·KEPCO), 김요한(45.95%·LIG손보) 등 여타 공격수들을 압도한다. 레오는 206㎝의 큰 키와 탄력을 앞세워 높은 타점에서 공을 때려내 상대 팀이 막기 힘들다.

레오의 최대 강점은 배구 이해력이다. 삼성화재 주장 고희진은 “레오는 서브를 넣을 때 상대 움직임까지 미리 계산한다. 두수, 세수 앞을 내다보는데 이런 외국인 선수는 처음”이라고 했다. 가빈만큼 외향적이지는 않지만 책임감은 강하다. 환경적인 영향 때문이다.

레오는 19살 때 아빠가 됐다. 지금은 두 아들과 아내를 둔 어엿한 가장이다. 가정 형편상 가족뿐만 아니라 여러 형제들까지 부양하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레오가 삼성화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운동장을 돌라고 하자 4바퀴 뛰고서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길래 ‘하기 싫으면 짐 싸서 고향에 가라’고 크게 혼냈다. 30~40분 정도 싸우고 나니 자신은 ‘가족이 있어서 배구를 해야 한다’면서 그때부터 열심히 훈련에 참여했다”고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5시간이 소요된 설악산 대청봉 훈련도 불만 없이 소화한 레오는 “삼성화재는 쿠바대표팀보다 더 훈련을 많이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현재 푸에르토리코에 살고 있는 그의 가족들은 조만간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으로 올 계획이다. 가빈을 떠나보내며 잔뜩 먹구름이 꼈던 삼성화재. 초반이기는 하지만 ‘레오’라는 팀 막내 덕에 한껏 웃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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