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70대 할머니 “이얍” 기와10장 ‘우두둑’

등록 2012-09-11 20:35수정 2012-09-11 21:57

국내 유일의 부평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이 지난 6일 인천 부평구의 한 도장에서 절도있는 품새 동작을 펼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부평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이 지난 6일 인천 부평구의 한 도장에서 절도있는 품새 동작을 펼치고 있다.
부평 태권도할머니 시범단
속병·관절염 시달리던 노인들
태권도 연마하며 기력 쑥쑥
“2014년 아시안게임 시범 희망”
“평생 성격이 급했다. 속병에, 화병에 소화가 안 됐다. 어떤 약도 들지 않았다. 우연히 태권도를 시작하곤 속병이 나았다. 혹시 도장에 안 가면 할아버지가 가만있지 않는다.”(77·송경숙 3단)

“13년 전 비만에 당뇨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친구가 어느날 도장에 끌고 왔다. 1년 만에 16㎏ 감량했다. 그리고 기와 10장은 가볍게 격파한다.”(77·박영지 3단)

“7년 전 욕조에서 주저앉았다. 4, 5번 척추가 내려앉았다. 간신히 척추 수술하고 움직이지 않으니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졌다. 용기를 내 지팡이 짚고 도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두 달 만에 지팡이 던져 버렸다.”(79·구자언 2단)

“왼쪽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심했다. 척추 협착증도 괴로웠다. 운동 시작하고 3개월 만에 다리가 정상화됐다.”(68·오옥자 1단)

목소리가 힘차다. 표정도 매우 밝다. 운동하며 크게 기합 소리를 지르고 땀도 흘린 덕일까?

국내 하나밖에 없는 태권도 할머니 시범단에서 운동하는 할머니들은 저마다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아픈 과거는 대부분 몸에 달고 다니던 각종 질병이다. 인천 부평구 부개1동의 한 태권도장에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할머니들의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가 2시간 동안 쉼없이 울린다.

“빠샤!” “이~얍!”

송판이 날아다니고, 기왓장의 파편이 흩어진다. 음악에 맞춰 절도있는 태권무용이 펼쳐지기도 하고,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호신술도 연마된다. 30여명의 할머니 평균 연령은 75살. 팔순이 넘은 할머니도 3명 있다. 이미 국내 텔레비전 방송의 재능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우승하기도 했다. 한달에 한번씩 이곳저곳에 나가 태권도 시범을 보인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 하는 시범이라고 감안하고 본다면 놀랄 수밖에 없다. 인천지역 노인복지관을 다니며 체조 강사를 하던 윤여호(69·7단) 관장이 25년 전부터 자신의 도장에 할머니들을 불러 모아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태권도는 어린이들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할머니들에게 집중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도장은 아들 윤은식(45) 사범이 오후에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며 받는 회비로 운영된다. 대신 오전엔 윤 관장이 할머니들에게 1만~3만원씩 적은 돈을 받고 태권도를 가르쳤고, 이젠 시범단으로 자리잡았다.

윤 관장의 희망은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이 아시아인들 앞에서 멋진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것.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개막식에서 노인들이 시범을 보인 적이 없다. 본격적인 노령화사회에 접어든 한국이 노인 스포츠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이다.”

대장암 3기에 수술을 하곤, 태권도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지복연(80·3단)씨는 “병원에서 암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깜짝 놀랐다”며 격파 시범으로 단련된 손을 은근히 자랑했다.

부평/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안철수 협박 논란’ 정준길, 교통사고 입원
“박근혜 관련 공익재단 4곳 재벌계열사처럼 운영”
깜짝 ‘출마예고’ 안철수, 문재인 지지율 역전탓?
10대 소녀들을 접대부로…‘나쁜 어른들’ 적발
‘아이폰5’ 삼성-애플 대결구도 바꾸나
41살된 야쿠르트, 얼마나 팔렸을까?
[화보] 베니스의 별 ‘피에타’의 주인공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손흥민, 이번엔 우승컵 들까…리버풀과 카라바오컵 결승행 격돌 1.

손흥민, 이번엔 우승컵 들까…리버풀과 카라바오컵 결승행 격돌

빙판 위 ‘람보르길리’ 김길리 “중국 견제? 더 빨리 달리면 되죠” 2.

빙판 위 ‘람보르길리’ 김길리 “중국 견제? 더 빨리 달리면 되죠”

한국기원, 커제의 ‘사석 논란’ 반칙패 규정 폐지…“세계대회 정상적 개최” 3.

한국기원, 커제의 ‘사석 논란’ 반칙패 규정 폐지…“세계대회 정상적 개최”

13년 직장 포기 두 달 만에 챔피언 된 김태호 “당구 매일 치고 싶다” 4.

13년 직장 포기 두 달 만에 챔피언 된 김태호 “당구 매일 치고 싶다”

손흥민 활약…토트넘, 강호 리버풀 꺾고 카라바오컵 결승 눈 앞 5.

손흥민 활약…토트넘, 강호 리버풀 꺾고 카라바오컵 결승 눈 앞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