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올림픽 탁구 문성혜-차오닝닝
2006년부터 시작된 ‘9살차 인연’
“한-중 오가며 혼례 치를 겁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9살차 인연’
“한-중 오가며 혼례 치를 겁니다”
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 탁구 여자 4~5체급 단체전 3~4위전 경기. 벤치에서 동료를 응원하던 한국 여자 탁구대표팀 문성혜(34·대구광역시청)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중국 남자 선수가 있었다. 한국과의 남자 탁구 4~5체급 단체전 결승을 기다리던 차오닝닝(25)이었다. 차오닝닝은 문성혜가 경기를 펼칠 때는 엄청난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국경도, 장애도, 9살의 나이 차도 가로막지 못한 이들의 ‘핑퐁 사랑’은 런던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문성혜와 차오닝닝의 인연은 2006년 시작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06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문성혜의 경기 모습을 보고 차오닝닝이 반했다. 그러나 문성혜는 당시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2007년 슬로바키아 오픈 탁구대회 파티장에서 둘은 처음 마주섰고, 차오닝닝이 “아시아경기대회 때 응원했다”고 조심스레 고백했다. 이후 친구 사이로 지내오다가 문성혜가 2011년 베이징에 갔을 때 연인 사이가 됐다.
문성혜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 차오닝닝을 만나러 갔을 때 여왕처럼 잘해주면서 좋은 감정이 조금씩 생겼다. 어머니가 닝닝을 좋아하신다”고 했다. 차오닝닝은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문성혜가 중국어를 배워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문성혜는 4~5체급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이번 대회를 마치고 결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날짜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중국과 한국에서 각각 혼례를 치를 계획이다.
열일곱살이던 1995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안게 된 문성혜는, 2005년 처음 라켓을 쥐었다. 실력은 나날이 향상돼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때 장애인탁구 여자 종목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2010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개인·단체전에서 동메달 2개를 추가하며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수확했다. 문성혜의 연인인 차오닝닝 또한 이번 대회에서 단식 5체급 은메달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는 등 탁구 실력을 뽐냈다.
한국은 9일 어머니 문우영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은 최예진(21)이 보치아 개인 BC3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보치아는 남녀 구분 없이 혼성으로 치러지는데, ‘모녀’가 합심해 정상에 올랐다.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공)는 주종목인 400m에서 46초68의 장애인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번 대회에서 금 2개(400m·1600m계주)와 은 1개(200m)를 챙겼다.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은 10일 폐막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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