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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노래하는 격투사, 불꽃 태운다

등록 2012-09-05 19:30수정 2012-09-06 09:16

오는 15일 원주에서 열리는 ‘로드 FC 9’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는 육진수가 4일 일산의 한 크로스핏(근력강화 운동 프로그램) 체육관에서 쇠뭉치를 들어 올리며 근력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오는 15일 원주에서 열리는 ‘로드 FC 9’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는 육진수가 4일 일산의 한 크로스핏(근력강화 운동 프로그램) 체육관에서 쇠뭉치를 들어 올리며 근력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새도전 나선 ‘격투기 1세대’ 육진수

외국선수 동영상 보며 기술 익혀
외국선수 동영상 보며 기술 익혀

3살 아들 기도협착에 가슴 아파
방송사 오디션 나가 대신 목청

전성기 지났지만 링위의 꿈 간절
15일 일본 스타 미노와맨과 한판

현금수송요원, 경호원, 보안업체 근무, 수영 코치, 무술 사범.

몸이 좋고 운동을 잘하는 젊은이라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직업을 전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성방송에서 본 일본 격투 경기는 그의 피를 끓게 했다. 10여년 전 일이다. 미리 짜고 하는 프로레슬링이 아닌, 그야말로 각본 없이 링에서 맞짱뜨는 격투사들의 피와 땀은 사나이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

당시 한국엔 격투기 지도자도 없었다. 오로지 스승은 ‘동영상’이었다. 외국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내려받아 수십번, 수백번 반복해 보면서 기술을 익혔다. “그땐 암바 기술 하나만 익혀도 천하무적이었다. 본능이 센 놈이 이기던 시절이었으니까.”

여러 무술들이 거칠게 맞붙었다. 서로 강하다고 우겼다. 강남의 큰 레스토랑에서 하던 ‘마구잡이 격투 경기’는 사망사고가 생기며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고 사라졌다.

그 당시부터 육진수(35·일산 팀맥스)는 빛나는 대머리로 유명했다. 한국 격투사 1세대로 대부분의 격투 경기 주변에서 그의 빛나는 머리를 볼 수 있었다. 지난 몇년간 그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역할을 해왔다. 후배들을 키운 것이다.

여기까지 그는 조금 튀는 외모의 격투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얼마 전 한 방송사의 신인발굴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다. 통과에 실패했다. 그런데 모두를 울렸다. 그가 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이유 때문이었다. “둘째 아들 지우(3)가 선천적 기도 협착이란 병을 앓고 있다. 의료 장비를 기도에 끼워놔서 목소리가 안 나온다. 아프다 표현도 못하고 행동으로만 표현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래서 아들 대신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육진수는 노래 잘하고 예능감 있는 이종격투기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방송 관계자들의 섭외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격투사로서는 절정기가 한참 지난 나이에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더 늦기 전에 현역으로 멋진 경기를 하는 것이다. 후배와 제자들에게 격투사로서 마지막 불꽃을 보여주고 싶다.

오는 15일 원주에서 벌어지는 격투기 대회인 ‘로드 FC 9’에 출전해 일본의 격투기 스타 미노와맨(36·본명 미노와 이쿠히사)과 맞붙는다. 미노와맨은 176㎝의 키로 최홍만을 꺾어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밥 샙, 돈 프라이, 에롤 지메르만 등 강자를 꺾으며 53승34패8무를 기록한 일본 격투기의 스타이다. 53승 가운데 37승은 특유의 관절꺾기나 조르기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일산에서 격투기 도장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학생도 가르치는 육 교수의 공식 격투기 전적은 9승2패. 유도선수 출신인 그는 레슬링 기술이 뛰어나다.

“격투기는 모든 격투 종목을 통합하고 포용한 종합스포츠이다. 주먹 세다고 결코 이길 수 없다. 싸움에 자신 있다면 언제나 도전하라. 아마도 링 위에서 1분도 못 버틸 것이다.”

격투기를 “잔인한 스포츠가 아닌 원초적인 종합스포츠로 인식”해달라는 그는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격투기가 많은 팬들을 거느린 ‘번듯한 스포츠’로 크길 바란다”고 말했다.

굵은 땀방울이 빛나는 머리를 힘차게 가른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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