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체육회장
“펜싱협회에서 신아람 3~4위전 불참하려 해
내가 직접 종용…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독도 세리머니 피파 조사 결과 기다릴 것
사전에 교육했는데 선수가 흥분한 것”
내가 직접 종용…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독도 세리머니 피파 조사 결과 기다릴 것
사전에 교육했는데 선수가 흥분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하겠다. 그 대상은 감독이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엄격한 징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신아람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토론회를 열겠다”며 갈등을 보였던 산하 경기단체와 선을 분명히 그었다.
11일 영국 런던 시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런던올림픽을 마무리하는 ‘한국선수단의 밤’ 행사를 마친 뒤 박 회장은 <한겨레>와 만나 그동안 참고 참았던 심정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토로했다.
애초 목표한 금메달 10개-종합순위 10위를 훌쩍 넘는 좋은 성적을 달성한 한국 선수단 최고 책임자인 박 회장은 “분명히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진실과는 다르게 알려진 것은 이제라도 바로잡겠다”고 했다.
우선 펜싱의 신아람 사건. 4강전의 ‘멈춰버린 1초’ 패배 뒤 펜싱협회 쪽은 3~4위전에 불참하려 했다. 박 회장은 “내가 신아람에게 3~4위전에 나가라고 종용했다”며 “만약 그때 나가지 않았다면 신아람은 블랙카드를 받고 단체전 출전을 못하는 것은 물론 이번 대회 성적이 몰수될 상황”이었다고 했다.
박 회장은 “규정상 선수가 심판에게 항의를 해야 하는데 지도자가 흥분해 스스로 항의를 하다가 시간을 보냈고, 이런 사실을 국제펜싱연맹 관계자가 신아람에게 이야기했으나 신아람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펜싱협회 관계자들이 3~4위전에 안 나가면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간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규정은 없다”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다”고 했다.
신아람에 대한 공동 은메달 수상 추진 불발에 대해서는 “동계올림픽에서 돈을 받고 매수당한 심판이 양심선언을 해 공동 금메달을 준 전례가 딱 한번 있는 것을 알고, 그 가능성에 도전했는데 함께 회의했던 한 관계자가 도중에 추진 사실을 일부 언론에 흘려 일을 그르쳤다”고 했다.
또 배드민턴 승부 조작에 의한 선수 퇴출 사건에 대해선 “모든 책임은 선수보다는 그렇게 지시한 감독에게 있다”며 “귀국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중징계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비록 강팀을 피하기 위해 배드민턴에서 일부러 져주는 사례가 만연했지만, 남들이 도둑질을 한다고 해서 내가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 한-일전 승리 이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세리머니를 해 동메달 박탈 위기에 놓인 박종우 선수에 대해서는 “사전에 정치적인 몸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몇차례 시켰는데 선수가 흥분해 저지른 일”이라며 “국제축구연맹(FIFA)이 진상 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한발 뺐다.
그는 또 유도의 조준호 오심 시비에 대해서는 “그것은 오심 사건이 아닌 분명한 오심 정정사건”이라고 세계유도연맹의 입장을 지지했다.
한국의 네티즌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그는 “친한 친구인 스페인 유도심판위원장이 다음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뛰는 경기의 심판을 볼 때는 생명보험을 들어야겠다는 농담조의 이야기를 했다”며 “그는 한국에서 수천통의 메일을 받았는데 대부분 ‘죽여버리겠다’(I’ll kill you)는 문장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나도 세계유도연맹 회장이던 시드니올림픽 때 일본인들에게 항의 메일을 2000통 받았는데 대부분 판정 시비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었다”며 한국의 네티즌 문화를 비판했다.
“눈이 올 때는 쓸어봤자 소용이 없어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박 회장은 “지난 며칠 동안 평생 들은 욕의 열 배는 들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런던/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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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오전(현지시각)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2에서 열린 남자 유도 66㎏급 8강전에서 조준호 선수가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선수와 시합에서 석연찮은 판정번복으로 의아해 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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