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태극 전사들은 벅차 오르는 승리의 기쁨에 몸부림쳤다.
그 어떤 몸짓이 평생 처음, 그리고 강렬하게 솟구치는 환희의 기쁨을 표현 할 수 있을까?
지난 3년 길고도 험했던 거친 항해의 종착점은 너무도 달콤했다.
캡틴 박주영을 비롯한 승리의 주역들은 역사적인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의 한 가운데서 서로 부등껴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그들을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친형처럼 따스하게 어루고 달랬던 홍명보 감독이 벤치에서 미친 듯이 뛰어왔다. 중간 중간 패전병처럼 쓰러진 일본 선수들의 슬픔을 뛰어 넘어 홈 감독은 선수들의 환호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들은 함께 울부짖었다.
그냥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얼마나 오래 참았던 포효였나.
서로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주며 그들은 그 순간을 마냥 즐겼다.
홍 감독이 3년전 이야기한 한국 축구의 `황금세대‘가 드디어 탄생한 것이다.
그 누가 상상했나? 한국 올림픽 축구팀이 영국을 꺾고, 일본을 대파하고, 축구 종주국 영국의 한 복판에서 승리의 함성을 부를 것이라고?
그들은 진정 용감했고, 대담했다.
7만여명의 일방적인 영국 응원단의 함성 속에서도, 8강전 승부차기 승부에 나선 5명 모두 자로 잰듯한 빨랫줄 같은 슈팅으로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골망을 흔들었다. 잊을 수 없다. 그날 돔구장을 가득 메웠던 영국 관중들의 처절했던 침묵을.
그리고 바로 그 구장에서 한국 축구는 일본을 제물로 사상 첫 축구 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4강전에서 브라질의 삼바 축구엔 패했지만, 동메달을 놓고 맞붙은 일본 축구는 그들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강하고 질긴 정신력 앞에선 무력할 수 밖에 없었다.
선수들은 내부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기쁨의 무게를 달랠 수 없어 웃통을 벗어야 했다.
그리고 대형 태극기를 두르고 어깨 동무를 하고 빙빙 돌고 돌았다.
얼마나 그렇게 돌고 돌았을까? 밤이 새도록 돌고 돌아도 그들은 지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알았다. 정직한 노력의 결과가 얼마나 달콤하고 깊은 지를.
이번 런던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한동안 깨기 어려운 최고의 성적을 국민에게 선물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과감한 도전과 뜨거운 열정은 영원히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우리를 감동시키고 즐겁게 할 것이다.
카디프/ 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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