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경기전 양학선이 카톡에 남긴 메시지는…

등록 2012-08-07 17:42수정 2012-08-07 23:13

2012 런던올림픽 체조대표팀의 양학선이 6일(현지시간) 런던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도약을 선보이고 있다. ‘도마의 신’이라고 불리는 양학선의 화려한 공중 도약 동작들이 다중노출 촬영기법으로 드러난다.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2 런던올림픽 체조대표팀의 양학선이 6일(현지시간) 런던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도약을 선보이고 있다. ‘도마의 신’이라고 불리는 양학선의 화려한 공중 도약 동작들이 다중노출 촬영기법으로 드러난다.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마의 신’ 양학선, 이젠 1260도 ‘양2’로 더 높이 더 빨리
텀블링에 재능 보인 작은 소년
중·고교 들어서는 도마서 두각
중3 때 난이도 7.0 ‘여2’ 해낸뒤
장점 회전력 이용 ‘양학선’ 완성
외국 언론도 ‘최고의 기술’ 찬사

‘양!학!선!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

스무 살 청년은 두려웠나보다. 카카오톡 문구가 절실하다. 며칠 전에는 메달을 못 따서 태릉선수촌에서 동료들에게 외면 받는 꿈을 꿨다. 경기장 스프링 구름판까지 말썽이었다. 스프링이 강해 몸무게가 가벼운 그의 몸에 맞지 않았다. 금메달 가능성 99%. 이 또한 가능성일 뿐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양학선(20·한체대)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그의 주문처럼 용감했고, 또 완벽했다.

양학선이 체조를 시작한 것은 광천초등학교 2학년 때다. 체조부에 가면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함께 있어줄 형이 있었다. 어릴 적에는 평행봉, 링 등에서 두각을 보였으나 광주체중·고로 진학하면서 점차 도마로 주 종목을 했다. 오상봉 광주체중·고 감독은 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양)학선이의 소질이 처음부터 눈에 확 띄었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여러 해 함께 하다 보니 잘할 수 있는 종목(도마)이 부각됐고, 주니어 나이 때 이미 시니어 기술을 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사춘기 시절 방황도 있었다. 달동네에 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과 고된 훈련 때문에 동네 형들과 어울리면서 몇 차례 가출을 했다. 그때마다 오 감독과 어머니가 그를 붙잡았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학교로 오셔서 ‘학선이는 이제 내 아들 아닙니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선생님이 마음대로 하십시오’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네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체조 밖에 없지 않느냐’며 학선이를 설득했다.”(오상봉 감독)

6일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 출전한 양학선선수가 금메달획득후 기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6일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 출전한 양학선선수가 금메달획득후 기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양학선은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선보였던 ‘여2 기술’(도마를 두 손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 반 돌고 도마를 바라보면서 착지하는 기술·난도 7.0)을 해냈다. 한두 번 시도하고 성공할 만큼 습득력이 빨랐다. 6일(현지시각) 런던올림픽 도마 결선 2차 시기에서 수행점수 9.600(10점 만점)을 받았던 ‘스카라 트리플 기술’(옆돌리기 식으로 도마를 짚어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 기술·난도 7.0) 또한 고등학교 때 완벽하게 터득했다.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때 도마 금메달을 따낸 기술은 ‘여2’와 ‘스카라 트리플’이었다.

하지만 난도 7.0 기술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었다. 난도 7.2 이상의 기술이 필요했다. 세계 도마 최강자 토마 부엘(25·프랑스)과 북한의 리세광(27)은 난도 7.2 기술을 구사한다. 양학선은 작은 체구(159㎝, 51㎏)에도 몸의 좌우 밸런스가 거의 완벽해 회전력이 뛰어난 자신의 신체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양학선 기술’(도마를 두 손으로 짚은 다음 공중에서 3바퀴(1080도)를 돌아 도마를 등지고 서는 기술·난도 7.4)이 탄생한 배경이다. 양학선은 “기술은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했는데, 처음 뛰고 이 기술은 ‘내꺼구나’ 싶었다”고 했다.

[김동훈의 런던이순간] 양학선 “금메달은 엄마 꿈 때문”

2011 도쿄세계선수권에 이어 런던올림픽에서 두 번째로 선보인 ‘양학선 기술’에 <에이피>, <로이터> 등 외신들은 “양학선 밖에 할 수 없는 최고의 기술”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착지에서 두 발자국이나 움직이는 실수를 했는데도 수행점수에서 9점대(9.066)를 받을 수 있던 것도 최고난도 기술에 대한 예우였다. 러시아, 미국 등 외국 선수와 코치들도 도마 결선 직후 양학선에게 악수를 청하며 새로운 ‘도마의 신’에게 존경을 표했다.

사실 양학선은 감성청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음악도 발라드를 주로 듣는다. 하지만 도마 앞에서는 강심장이 된다. 오상봉 감독은 “학선이는 국제대회 출전 경력이 별로 없어서 경험은 적지만 경쟁 구도가 생기면 굉장히 강했다. 경쟁을 즐겼다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송주호 박사 또한 “스타 기질이 풍부한 선수다. 카메라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양학선을 평했다.

대한민국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양학선은 정부(6000만원)와 대한체조협회(1억원)로부터 1억600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스엠(SM)그룹이 내년 말 광주 남구에 완공되는 35평 아파트를 양학선 가족에게 무료기증하기로 했다. “금메달을 따서 비닐하우스에 사는 부모님에게 집을 지어드리겠다”는 그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양학선은 그동안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때 받은 포상금을 비롯해 태릉선수촌 생활을 하면서 받는 훈련비까지 모아서 부모님께 드리는 효자였다.

여기가 끝은 아니다. 양학선은 아직 스무 살이다. 2016년, 2020년 올림픽 금메달도 가능하다. 양학선은 “‘양1 기술’에서 반바퀴 더 도는 기술 ‘양2’ 기술을 개발할 생각”이라고 했다. 오상봉 감독은 “‘양2’ 기술을 완성하려면 높이와 파워가 더 필요한데, 양학선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대회, 아시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두 번이나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대치동 아파트 “배달원들 엘리베이터 타지마”
싼티 챔피언 ‘강남오빠’, 지구촌 낚은 비결은
저소득층 아이들, 아동센터 에어컨 앞에 ‘옹기종기’
MB “녹조는 불가피 현상” 발언에 누리꾼 ‘분노’
[화보] 양학선이 보여주는, 이것이 바로 ‘양학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