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런던올림픽 체조대표팀의 양학선이 6일(현지시간) 런던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도약을 선보이고 있다. ‘도마의 신’이라고 불리는 양학선의 화려한 공중 도약 동작들이 다중노출 촬영기법으로 드러난다.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마의 신’ 양학선, 이젠 1260도 ‘양2’로 더 높이 더 빨리
텀블링에 재능 보인 작은 소년
중·고교 들어서는 도마서 두각
중3 때 난이도 7.0 ‘여2’ 해낸뒤
장점 회전력 이용 ‘양학선’ 완성
외국 언론도 ‘최고의 기술’ 찬사 ‘양!학!선!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 스무 살 청년은 두려웠나보다. 카카오톡 문구가 절실하다. 며칠 전에는 메달을 못 따서 태릉선수촌에서 동료들에게 외면 받는 꿈을 꿨다. 경기장 스프링 구름판까지 말썽이었다. 스프링이 강해 몸무게가 가벼운 그의 몸에 맞지 않았다. 금메달 가능성 99%. 이 또한 가능성일 뿐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양학선(20·한체대)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그의 주문처럼 용감했고, 또 완벽했다. 양학선이 체조를 시작한 것은 광천초등학교 2학년 때다. 체조부에 가면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함께 있어줄 형이 있었다. 어릴 적에는 평행봉, 링 등에서 두각을 보였으나 광주체중·고로 진학하면서 점차 도마로 주 종목을 했다. 오상봉 광주체중·고 감독은 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양)학선이의 소질이 처음부터 눈에 확 띄었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여러 해 함께 하다 보니 잘할 수 있는 종목(도마)이 부각됐고, 주니어 나이 때 이미 시니어 기술을 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사춘기 시절 방황도 있었다. 달동네에 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과 고된 훈련 때문에 동네 형들과 어울리면서 몇 차례 가출을 했다. 그때마다 오 감독과 어머니가 그를 붙잡았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학교로 오셔서 ‘학선이는 이제 내 아들 아닙니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선생님이 마음대로 하십시오’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네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체조 밖에 없지 않느냐’며 학선이를 설득했다.”(오상봉 감독)
양학선은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선보였던 ‘여2 기술’(도마를 두 손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 반 돌고 도마를 바라보면서 착지하는 기술·난도 7.0)을 해냈다. 한두 번 시도하고 성공할 만큼 습득력이 빨랐다. 6일(현지시각) 런던올림픽 도마 결선 2차 시기에서 수행점수 9.600(10점 만점)을 받았던 ‘스카라 트리플 기술’(옆돌리기 식으로 도마를 짚어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 기술·난도 7.0) 또한 고등학교 때 완벽하게 터득했다.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때 도마 금메달을 따낸 기술은 ‘여2’와 ‘스카라 트리플’이었다.
하지만 난도 7.0 기술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었다. 난도 7.2 이상의 기술이 필요했다. 세계 도마 최강자 토마 부엘(25·프랑스)과 북한의 리세광(27)은 난도 7.2 기술을 구사한다. 양학선은 작은 체구(159㎝, 51㎏)에도 몸의 좌우 밸런스가 거의 완벽해 회전력이 뛰어난 자신의 신체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양학선 기술’(도마를 두 손으로 짚은 다음 공중에서 3바퀴(1080도)를 돌아 도마를 등지고 서는 기술·난도 7.4)이 탄생한 배경이다. 양학선은 “기술은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했는데, 처음 뛰고 이 기술은 ‘내꺼구나’ 싶었다”고 했다.
[김동훈의 런던이순간] 양학선 “금메달은 엄마 꿈 때문”
2011 도쿄세계선수권에 이어 런던올림픽에서 두 번째로 선보인 ‘양학선 기술’에 <에이피>, <로이터> 등 외신들은 “양학선 밖에 할 수 없는 최고의 기술”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착지에서 두 발자국이나 움직이는 실수를 했는데도 수행점수에서 9점대(9.066)를 받을 수 있던 것도 최고난도 기술에 대한 예우였다. 러시아, 미국 등 외국 선수와 코치들도 도마 결선 직후 양학선에게 악수를 청하며 새로운 ‘도마의 신’에게 존경을 표했다.
사실 양학선은 감성청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음악도 발라드를 주로 듣는다. 하지만 도마 앞에서는 강심장이 된다. 오상봉 감독은 “학선이는 국제대회 출전 경력이 별로 없어서 경험은 적지만 경쟁 구도가 생기면 굉장히 강했다. 경쟁을 즐겼다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송주호 박사 또한 “스타 기질이 풍부한 선수다. 카메라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양학선을 평했다.
대한민국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양학선은 정부(6000만원)와 대한체조협회(1억원)로부터 1억600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스엠(SM)그룹이 내년 말 광주 남구에 완공되는 35평 아파트를 양학선 가족에게 무료기증하기로 했다. “금메달을 따서 비닐하우스에 사는 부모님에게 집을 지어드리겠다”는 그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양학선은 그동안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때 받은 포상금을 비롯해 태릉선수촌 생활을 하면서 받는 훈련비까지 모아서 부모님께 드리는 효자였다.
여기가 끝은 아니다. 양학선은 아직 스무 살이다. 2016년, 2020년 올림픽 금메달도 가능하다. 양학선은 “‘양1 기술’에서 반바퀴 더 도는 기술 ‘양2’ 기술을 개발할 생각”이라고 했다. 오상봉 감독은 “‘양2’ 기술을 완성하려면 높이와 파워가 더 필요한데, 양학선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대회, 아시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두 번이나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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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 출전한 양학선선수가 금메달획득후 기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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