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가 태릉선수촌에서 올림픽 최초의 메달을 노리며 맹훈련을 하고 있다. 장대를 잡아주는 이가 아르카디 시크비라 코치.
2012 런던을 향해
장대 높이뛰기 최윤희
장대 높이뛰기 최윤희
흉내낼 수 없다. 보기엔 더없이 흥분되는 스포츠이지만 일반인들은 따라하지 못한다. 보는 이는 통쾌하지만 선수들은 온몸에 부상을 달고 산다. 역도의 힘과 단거리의 스피드, 그리고 체조의 유연함이 함께 버무려진 장대높이뛰기, 그래서 ‘육상의 오페라’로 불린다. 정말 어렵다. 추락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야 한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미지의 하늘을 향해 높이 날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미녀새’ 최윤희(26·SH공사)가 날개를 고쳐 달았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메달을 따낸다는 야심에 불타고 있다. 이미 올림픽 출전을 위한 B기준기록(4m40)을 1㎝ 초과한 4m41(한국 최고기록)을 뛰어넘으며 런던행 티켓을 거머쥔 최윤희의 날개를 보수해주는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아르카디 시크비라(52). 그는 세계 기록을 35번이나 갈아치우며 ‘인간새’로 불리웠던 세르게이 붑카(49·우크라이나)를 7년 동안 조련한 세계적인 지도자.
붑카 조련한 지도자 만나
속도 빨라지고 탄성 커져
“아시아인 첫 메달” 의욕 이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1월, 시크비라가 러시아에서 여자 장대높이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범철(35) 코치와 함께 최윤희를 만났을 때 최고기록은 4m16. 2년반 동안 최윤희는 무려 25㎝를 높였다. 어떻게? 첫해는 기본 동작에, 둘째 해는 스피드와 체력에, 그리고 최근엔 체조를 익히며 고질적으로 불안했던 공중동작에 주력했다. 장대높이뛰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2.5㎏ 무게의 5m 길이 장대를 하늘로 치켜들고 30여m를 전속력으로 달려 장대를 폭 60㎝의 홈에 힘차게 꽂아 놓곤 그 탄력으로 하늘로 치솟는다. 4~5m를 머리를 아래로 하고 두 손으로 온몸의 무게를 하늘로 치켜올린 뒤 장대를 놓고 바를 넘어야 한다. 날개가 없는 인간들이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을 날고 싶은 원초적인 본능을 가장 강하게 자극한다. “처음엔 스피드도 없고 힘도 없었다. 오직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지만 있었다.” 시크비라가 최윤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다. 이제는 달라졌다. 장대를 치켜들고 도움닫기 할 때와 홈에 장대를 꽂아 넣을 때 몸이 앞으로 쏠리고 자세가 낮아지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발바닥을 통해 달리는 힘이 지면에 잘 전달되는 요령을 알았어요. 추진력이 강해진 거죠.” 최윤희는 자신감이 생겼다. 장대의 탄성도 최근 올렸다. 기존의 탄성 150파운드를 165파운드짜리로 바꾼 것이다. 탄성이 강해지니 솟구치는 힘도 세졌다. 12명이 겨루는 올림픽 결선에 아직 아시아 선수가 들어간 적이 없다. 올림픽 전까지는 4m50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결선에 진출해 실수만 줄이면 메달도 욕심낼 수 있다. “수영의 박태환 선수도 있잖아요. 국내 선수층이 얇다고 국제적인 선수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자신만만이다. 최윤희가 마의 4m벽을 깨고 한국기록을 세우던 날 시인인 서상택 대한육상연맹 기획홍보이사는 이렇게 시로 표현했다. “예삿일이 아니다/ 여자가 장대를 잡는 일/ 장대를 다시 감아쥔다/ 손바닥 껍질이 밀려 벗겨진다/ 벌건 살이 타오르는 것 같다/ 사랑도 이렇게 아플까/ 아픔을 쥐고 사는 게 사랑일까/ 나는 가장 높이 나는 육상선수/ 유리섬유 날개를 달고 지금 절벽 위에 서 있다/ 아무것도 붙잡을 것 없는 곳에서/ 칼끝을 꼭 쥐어 잡는다.” 이카로스는 너무 높이 날아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에게해에 추락했지만, 최윤희의 날개는 탄성을 높이며 런던탑을 향하고 있다. 글·사진/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속도 빨라지고 탄성 커져
“아시아인 첫 메달” 의욕 이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1월, 시크비라가 러시아에서 여자 장대높이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범철(35) 코치와 함께 최윤희를 만났을 때 최고기록은 4m16. 2년반 동안 최윤희는 무려 25㎝를 높였다. 어떻게? 첫해는 기본 동작에, 둘째 해는 스피드와 체력에, 그리고 최근엔 체조를 익히며 고질적으로 불안했던 공중동작에 주력했다. 장대높이뛰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2.5㎏ 무게의 5m 길이 장대를 하늘로 치켜들고 30여m를 전속력으로 달려 장대를 폭 60㎝의 홈에 힘차게 꽂아 놓곤 그 탄력으로 하늘로 치솟는다. 4~5m를 머리를 아래로 하고 두 손으로 온몸의 무게를 하늘로 치켜올린 뒤 장대를 놓고 바를 넘어야 한다. 날개가 없는 인간들이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을 날고 싶은 원초적인 본능을 가장 강하게 자극한다. “처음엔 스피드도 없고 힘도 없었다. 오직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지만 있었다.” 시크비라가 최윤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다. 이제는 달라졌다. 장대를 치켜들고 도움닫기 할 때와 홈에 장대를 꽂아 넣을 때 몸이 앞으로 쏠리고 자세가 낮아지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발바닥을 통해 달리는 힘이 지면에 잘 전달되는 요령을 알았어요. 추진력이 강해진 거죠.” 최윤희는 자신감이 생겼다. 장대의 탄성도 최근 올렸다. 기존의 탄성 150파운드를 165파운드짜리로 바꾼 것이다. 탄성이 강해지니 솟구치는 힘도 세졌다. 12명이 겨루는 올림픽 결선에 아직 아시아 선수가 들어간 적이 없다. 올림픽 전까지는 4m50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결선에 진출해 실수만 줄이면 메달도 욕심낼 수 있다. “수영의 박태환 선수도 있잖아요. 국내 선수층이 얇다고 국제적인 선수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자신만만이다. 최윤희가 마의 4m벽을 깨고 한국기록을 세우던 날 시인인 서상택 대한육상연맹 기획홍보이사는 이렇게 시로 표현했다. “예삿일이 아니다/ 여자가 장대를 잡는 일/ 장대를 다시 감아쥔다/ 손바닥 껍질이 밀려 벗겨진다/ 벌건 살이 타오르는 것 같다/ 사랑도 이렇게 아플까/ 아픔을 쥐고 사는 게 사랑일까/ 나는 가장 높이 나는 육상선수/ 유리섬유 날개를 달고 지금 절벽 위에 서 있다/ 아무것도 붙잡을 것 없는 곳에서/ 칼끝을 꼭 쥐어 잡는다.” 이카로스는 너무 높이 날아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에게해에 추락했지만, 최윤희의 날개는 탄성을 높이며 런던탑을 향하고 있다. 글·사진/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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