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여자 10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딴 이연경이 런던올리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트랙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0년 아시아경기 허들 ‘금’
올림픽티켓 놓고 후배와 경쟁
“리듬보다 스피드가 중요해요”
올림픽티켓 놓고 후배와 경쟁
“리듬보다 스피드가 중요해요”
뙤약볕이다. 오후 3시. 텅 빈 육상 트랙. 풀벌레 소리만 들린다.
외롭다. 혼자만의 훈련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트랙을 맨발로 달린다.
온몸의 힘을 빼고 발바닥에 신경을 집중한 채 무수한 땀이 흩뿌려져 반질반질한 트랙을 느껴본다. 한때 스타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여자 10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단거리 사상 첫 금메달.
그러나 곧 잊혀졌다. 육상은 그랬다. 비인기 종목의 숙명이라고 하기엔 분했다. 허무함에 슬럼프에 빠졌다. 부상도 겹쳤다.
한국 여자 허들의 자존심. 이연경(31·문경시청).
지금은 코치도 없이 혼자 훈련중이다. 여자 단거리 선수로는 ‘고령’이라고 하는 30대 나이지만 이연경은 런던 올림픽 티켓을 잡기 위해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겨울 이연경은 자비로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전세계에서 온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술과 체력을 연마했다. 그리고 큰 것을 깨우쳤다.
“허들은 리듬이잖아요. 남들은 리듬이 좋다고 칭찬했어요. 그런데 허들은 리듬이 아닌 겁니다. 스피드죠. 리듬보다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미국 전지훈련이었습니다.”
이연경은 리듬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출발과 함께 8보를 뛴 다음 첫번째 허들을 만난다. 뛰어넘고 3보. 뛰어넘고 다시 3보. 10개의 허들을 뛰어넘는 동안 3박자의 움직임은 율동이 아니다. 0.01초를 다투는 마당에 부드러운 리듬은 호사이다. 스피드가 결승점 순위를 결정한다. 최대한 체공 시간을 줄이고 낮게 날아 허들을 넘는 요령을 구사해야 한다.
그리고 틀에 박힌 훈련보다는 자신의 몸에 맞는 개성있는 훈련 시스템에 눈을 떴다. “사실 그동안 국가대표 훈련이 지루했어요. 이제는 재미있는 훈련에 치중합니다. 결국 흥이 나야 기록도 나아질 테니까요.”
런던올림픽 티켓은 아직 장담 못한다. 비록 자신의 최고기록이 13초00이지만 빛바랜 과거이다. 지난해 5월 이후 기록이 기준이 된다. 우선 맞수 정혜림(25·구미시청)의 기록인 13초06을 따라잡아야 한다. 올림픽 B기준기록(13초15)을 넘어선 정혜림을 넘어서야 한 장의 런던행 티켓을 잡아낼 수 있다. A기준기록인 12초96을 기록하면 정혜림과 동반 출전도 가능하다. 지난 16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13초43을 기록했다. 만족스런 기록은 아니지만 미국 전지훈련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느낌은 좋다. 다음달에 대전 등에서 열리는 3차례의 선수권대회에서 예전 기량을 회복할 작정이다.
“만약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그다음 4년을 기약할 것입니다. 열정이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트랙에 몸을 붙인 채 부드럽고 강하게 스트레칭을 한다. 강한 초여름의 햇살이 이연경의 구릿빛 허벅지 근육에 반사된다. 눈이 부시다.
글·사진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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