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단식 모두 0-3 패배
잘 싸웠다. 하지만 세계의 높은 벽은 실감했다.
윤용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이 6일(현지시각)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테니스코트(하드코트)에서 열린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Ⅰ그룹 2회전 호주와의 원정 경기 1, 2단식 경기 모두 졌다. 1단식 주자 조민혁(25·국군체육부대)은 버나드 토믹(20·세계 순위 36위)에게 0-3(5:7/3:6/3:6)으로 패했고, 2단식 주자 정석영(19·건국대·728위) 역시 맷 에브던(25·78위)에게 0-3(3:6/3:6/4:6)으로 졌다. 둘 모두 1~3세트 동안 상대 서비스게임을 두 차례 뺏기는 했으나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데이비스컵은 4단1복식으로 진행되며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복식경기에서 패할 경우 한국은 2회전에서 탈락하게 된다. 정석영-설재민(22·산업은행·복식 1173위) 짝과 마린코 마토셰비치(122위)-크리스 구초네(382위) 짝이 복식경기를 펼친다.
조민혁은 작년 윔블던 8강 신화를 쓴 토믹과 상대하면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다. 1세트부터 첫 번째 상대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해내면서 상승세를 탄 조민혁은 끈질긴 리턴 샷으로 토믹을 괴롭히면서 한때 게임 스코어 3-1까지 앞서갔다. 하지만 토믹은 역시 세계 30위권 선수였다. 4번째 게임부터 서서히 날카로운 샷이 살아나더니 강한 서브로 조민혁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4-4 동점이 된 9번째 서비스 게임 때는 0-15에서 4연속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1시간여 접전 끝에 조민혁은 5-7로 1세트를 아깝게 내주고 말았다.
2세트도 두 번째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당하면서 어렵게 끌려가며 3-6으로 졌다. 3세트에서는 한때 3-2로 앞서갔으나 체력적 열세와 상대의 강한 서브에 고전하면서 또다시 3-6으로 무릎 꿇었다. 3세트 중반 토믹은 오른 다리 경련으로 잠시 메디컬 타임을 갖기도 했으나 경기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비록 세트 스코어 0-3으로 조민혁이 패하기는 했으나 상대는 충분히 괴롭혔다. 군 소속이라 한동안 국제 대회에 뛰지 못해 세계 순위가 없는 조민혁은 경기 후 “많이 배웠다. 차이를 느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단식 주자로 나선 정석영은 활발하게 코트를 누볐다. 하지만 상대 에브던이 너무 강했다. 토믹이 초반 고전한 터라 에브던은 경기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힘으로 밀어붙였다. 에브던의 강한 서브에 정석영은 종종 코트에서 얼어붙었다. 에브던은 앞선 토믹과 달리 적극적으로 네트 플레이를 펼치면서 정석영의 회심의 공격을 역으로 받아치곤 했다. 정석영은 경기 후 “세계적인 선수들과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또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도 알았다”고 말했다.
윤용일 대표 팀 감독은 “일단 최선을 다했지만 랭킹 차이가 워낙 컸다. 그래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의외로 경기 내용이 좋았다”며 “아쉽지만 만족하고 남은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팻 라프터 호주 대표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100위권 이내 높은 랭킹의 선수들을 맞아 경기를 하는데도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에 압박을 느꼈을 텐데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런 점은 한국 선수들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호주 팬들은 자국 선수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토믹이 앞서나가자 세인트 버나드(개의 한 종류) 모습이 인쇄된 카드를 들고 “후 렛 더 도그즈 아웃(Who let the dogs out;누가 개들을 나가게 했지)”이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토믹의 이름(버나드)을 차용한 이색 응원이었다. 토믹은 경기 후 “주니어 시절 한차례 한국 선수와 맞붙은 이후 오늘 처음 한국 선수와 상대해 본다”며 “맨 처음 몸이 덜 풀리고 방심을 해서 그런지 경기 초반 비등한 경기를 했고 상대 선수가 아주 잘 했다. 1세트 중반 이후부터 숨을 가다듬고 경기에 집중해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에브던은 “어느 누구와 맞붙어도 쉬운 경기는 없다. 하지만 오늘은 준비를 잘 해서 단 1세트도 내주지 않을 수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브리즈번/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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