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대진 추첨 이벤트에서 양몰이 개가 사람 쪽으로 선수별 표식을 단 양들을 몰고 있다. 동영상 갈무리
테니스 데이비스컵 이색 대진
제비뽑기 대신 ‘양몰이’ 추첨
한국 감독 “마음대로 안뽑혀”
제비뽑기 대신 ‘양몰이’ 추첨
한국 감독 “마음대로 안뽑혀”
5일(현지시각) 호주 브리즈번 외곽의 론 파인 코알라 생크추어리. 한 마리 개가 양들을 힘차게 몰고 갔다. 한국, 호주 양 팀 단식 주자 4명의 표식을 단 양들은 이리저리 몰리다 목표 지점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들어온 양은 초록색 표식을 한 양. 조민혁(25·국군체육부대)이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Ⅰ그룹 2회전 호주와의 원정경기(4단1복식) 첫 단식 주자로 뽑히는 순간이었다. 한국 단식 2번 주자가 첫 주자로 결정되자 자연스레 호주 단식 1번인 버나드 토믹(세계 36위)이 상대 선수로 정해졌다. 단식은 양 팀에서 정해놓은 1, 2번 단식 주자가 엇갈려 맞붙는다. 공이나 제비를 뽑는 대신‘양몰이’ 추첨 이벤트를 하자 양 팀 선수들은 긴장을 풀고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양몰이 개는 대진 추첨 뒤 바로 앞 연못에 풍덩 빠져 더위를 식히는 모습도 연출했다.
조민혁이 맞설 토믹은 지난해 윔블던 8강에 오르는 등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성’이다. 조민혁은 “세계 순위가 의식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군 정신을 살려서 최선을 다해 경기하겠다”고 밝혔다. 2단식은 정석영(19·건국대·729위)으로 결정됐다. 정석영은 맷 에브던(78위)과 맞대결한다. 그는 7일 열리는 복식경기에서 설재민(22·산업은행·복식 1173위)과 짝을 이뤄 마린코 마토셰비치(122위)-크리스 구초네(382위) 짝과도 대결한다.
윤용일 대표팀 감독은 “내심 (정)석영이가 1단식에 나갈 수 있기를 바랐는데, (조)민혁이가 먼저 나간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민혁이가 지더라도 좋은 내용으로 경기를 펼치면 석영이도 자신감을 얻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레이턴 휴잇이 빠져 호주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하는 토미치는 “대진 추첨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컨디션이 정말 좋다. 첫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과 호주는 1972년 서울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동부지역 A그룹 준결승전에서 한차례 맞붙은 적이 있으며 당시 한국이 0-5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승리한 팀은 9월 열리는 월드그룹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낸다.
브리즈번/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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