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두 신데렐라의 검은 추락

등록 2012-03-14 22:17

박현준(26·전 프로야구 선수, 왼쪽)과 박준범(24·전 프로배구 선수, 오른쪽)
박현준(26·전 프로야구 선수, 왼쪽)과 박준범(24·전 프로배구 선수, 오른쪽)
스포츠 경기조작 파문
그들에게 2011년은 최고의 해였다. 하지만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독배를 마시면서 선수 생명을 스스로 끊어버린 해이기도 했다. 박현준(26·전 프로야구 선수)과 박준범(24·전 프로배구 선수)에게 2011년은 그래서 더욱 아프다.

전주 출신의 박현준은 ‘쌍방울 키드’였다. 약한 전력에도 돌격대 정신으로 강팀들을 주눅들게 하는 쌍방울 레이더스(2000년 1월 해체) 선수들을 보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2008년 에스케이(SK)에 입단해 박경완, 김원형 등 쌍방울 출신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때는 “마치 텔레비전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에도 빠졌다. 어릴 적 영웅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기했다. 엘지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이를 더욱 악물었다. “진짜 야구를 잘해야겠다”고 깨달으면서 나날이 입술을 깨물었다.

2011년 기회가 왔다. 박종훈 전 엘지 감독은 그를 붙박이 선발로 기용했다. 전국적 팬을 거느린 엘지이기에 단박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언론과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데뷔 처음 10승 고지를 밟았고, 팀내 최다승(13승) 투수가 되면서 야구계 신데렐라가 됐다.

‘고의 볼넷’ 박현준

선발 13승 미래 에이스
“김성현 도우려 조작 가담”
검찰 “브로커 진술 엇갈려”

‘고의 실점’ 박준범

지난해 프로배구 신인왕
팀 선배 브로커에 넘어가
선수생활 사실상 종지부

하지만 그는 대중을 속였다. 지난해 5월24일 두산전과 6월9일 한화전에서 브로커와 미리 짜고 1회 고의로 볼넷을 내줬다. 박현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로커로부터 협박받는 김성현을 도와주기 위해 경기조작을 했다”고 밝혔다. 브로커로부터 받은 500만원도 김성현에게 줬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박현준과 브로커의 진술이 엇갈린다”고 했다.

박준범에게도 2011년은 환희의 해였다. 그는 지난해 4월 열린 2010~2011시즌 프로배구 기자단 투표에서 26 대 25, 단 1표 차이로 곽승석(대한항공)을 누르고 신인왕이 됐다. 소속팀인 켑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토종 선수 득점 1위(전체 5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아버지의 대를 이어 배구 선수가 된 박준범은 당시 신인왕 소감으로 “선배들을 본받아 기복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삼성화재의 챔프전 우승 모습을 지켜본 뒤에는 “다음 시즌에는 꼭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뛰고 싶다”고도 했다.

소속팀 켑코는 올 시즌 창단 처음 프로리그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박준범은 고대하던 무대에 설 수 없다. 2011년 열린 3경기에서 고의로 스파이크를 아웃시키는 등의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경기당 400만~500만원을 받은 게 드러났기 때문. 브로커가 팀 선배라서 ‘의리상’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악마와 손을 잡은 것은 순전히 그의 선택이었다.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 배구단 창단(1983년) 멤버인 아버지 박형용씨는 “아들이 죄를 지었지만 내가 죄를 지은 기분”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박현준과 박준범은 프로야구, 프로배구에서 더는 ‘다음 시즌’이 없다. 영구제명이 불가피하다. 영구제명되면 아마추어 지도자도 될 수 없다. 프로축구에서 제명된 최성국처럼 해외진출을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박현준의 경우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정을 맺은 미국, 일본, 대만에서는 뛸 수 없다. 선수 생명을 이어가려면 중국 등 B급 리그로 가야만 한다. 박준범은 해외 구단의 이적 요청이 있을 경우 국제배구연맹(FIVB)의 결정을 기다려야만 한다. 2011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험난한 미래가 그들에게 펼쳐져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니가 김삿갓이가, 이노마
문재인 “박근혜 부산방문 고맙다”
고리원전 사고 보고 늦은 건…한수원 “원전대책 발표날 이어서…”
전여옥 “박근혜, 클럽 갈 때도 왕관 쓰고…”
‘공황장애’ 지하철 기관사 투신…“어둔 터널속 외로운 운행”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