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정치의 계절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스포츠계 인사들도 몇몇이 정치판에 얼굴을 내밀었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여자탁구 스타 출신 이에리사(58) 용인대 교수가 최근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문대성(36) 동아대 교수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새누리당 후보로 부산 사하갑 출마가 확정됐다. 이 교수는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 주역이고, 문 교수는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남자 80㎏ 이상급 금메달리스트다.
이에리사 교수한테 전화를 걸어 공천 신청의 이유를 물어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모든 (엘리트)체육인의 아쉬움이 뭐냐면, 국회에 체육인을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기도 힘들다. 정치 전혀 생각 안 하고 피하는 입장이었지만, 태릉선수촌장을 하고서는 한국 체육의 문제점을 알게 됐고, 해본 사람으로 느껴진 게 있다. 그걸 계속 안고 가면서 한다리 건너 해결해야 하나 생각해봤지만 우리가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대성 교수는 “사람들이 ‘정치를 아느냐’고 하는데, 스포츠외교를 하며 국제정치 감각을 익혔다. 이제 생활정치에 뛰어들어 그런 경험을 살리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엘리트스포츠인 출신들의 국회 진출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이들의 정치 참여는 그들의 이익 대변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비례대표 인사만 보더라도 스포츠계 인사 비중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0.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지도자들을 만나보면, 스포츠를 정치 도구로만 이용할 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정치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얼마 전 한 경기단체 선수단의 국제경기 출장을 동행 취재했는데, 현지 사석에서도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정부 때 ○○○ 장관과 ○○○ 의원이 학교 체육 수업을 선택과목으로 만들어서 이후 한국 체육이 죽었잖아요. 스포츠계는 진보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당이 시·군·구 단체장 된 곳에서는 엘리트운동부 많이 없어졌어요.” 여러가지 목소리가 불만스럽게 터져 나왔다. 이에리사 교수는 이에 대해 “스포츠인들이 정치에 제일 민감한 편이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누가 되느냐 따라 엘리트스포츠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진보계 인사들은, 태릉선수촌 같은 곳에 선수들을 소집해 오로지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시키는 방식의 한국 스포츠 현실에 비판적이며, 생활스포츠 활성화를 더욱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철학은 엘리트스포츠인들 처지에서 보면 비현실적일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그들의 밥줄을 끊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엘리트스포츠인들은 정치권력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진보든 보수든 정치계가 엘리트스포츠인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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