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
호주오픈, 5시간 넘는 혈투 끝에 준우승
어깨·무릎 아픈 상태로 집중력 보여
“일방적으로 밀렸던 상대와 대등한 경기 펼쳤다”
어깨·무릎 아픈 상태로 집중력 보여
“일방적으로 밀렸던 상대와 대등한 경기 펼쳤다”
테니스 그랜드슬램 결승전 역사상 최장시간(5시간53분) 경기에서 졌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4-2로 앞서기까지 했다. 중요한 순간에 서브 에이스를 심판이 아웃으로 판정해 버리기도 했다. 꽤 억울하고 분할 만했다. 하지만 경기 후 그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상대 위에서 관중을 향해 새벽 1시40분에 경기가 끝난 것을 빗대 “굿모닝~” 하고 농담을 건낼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준우승 소감을 말하면서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노박 조코비치(25·세르비아·세계 1위)에게 제일 먼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30일 새벽(현지시각) 끝난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우승자 라파엘 나달(26·스페인·2위)은 결코 패자가 아니었다. 졌지만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호주오픈에 앞서 나달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작년말부터 이어온 어깨 통증이 아직도 있었고, 오른 무릎까지 좋지 못했다. 오른 무릎의 압박붕대가 그의 상태를 잘 설명해줬다. 하지만 힘겹게 8강전을 통과한 뒤 준결승전에서는 ‘숙적’ 로저 페더러(31·스위스·3위)에게 1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2~4세트를 따내는 저력을 보였다.
결승에서도 그의 놀라운 승부욕과 집중력은 빛났다. 4세트 3-4로 뒤진 자신의 서비스게임 때 3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리고도 차근차근 포인트를 획득해 기어이 자신의 게임을 지켜내더니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아픈 무릎에도 조코비치의 정교하고 예리한 다운더라인 샷을 악착같이 따라가 여러번 낚아챘다. 2010년 말 이후 가히 신들린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는 조코비치를 상대로 이처럼 팽팽한 경기를 펼친 선수는 없었다. 나달은 경기 후 “몸이 싸울 준비가 됐고, 열정만 갖고 있다면 고통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오늘이 그랬다”며 “경기하는 동안 아주 힘들었지만, 나는 고통까지도 즐겼다. 온 마음을 다해 경기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호주오픈 이전까지 조코비치에 6연패를 당했다. 2010년까지 상대전적 16승7패로 압도하다가 작년부터 한번도 못 이겼다. 홈코트나 다름없는 클레이코트에서도 졌다. 문제 해결이 필요했다. 오프시즌 동안 삼촌인 토니 나달 코치와 조코비치를 깰 전략·전술을 연구했지만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비로소 그 해답을 찾은 듯 하다. 나달은 경기 내내 첫번째 서브와 백핸드에 더욱 파워를 실어 조코비치의 움직임을 최소화시켰다. 그의 백핸드 샷은 무브먼트가 지저분해 상대가 받기에 매우 까다롭다. 조코비치의 리턴샷이 간혹 관중석으로 향한 이유다.
나달은 “작년에 6번 상대해 전부 졌던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천금의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은 잊겠다. 다만 작년에 일방적으로 밀렸던 상대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에는 조코비치에게 심리적으로 진 상태에서 경기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절대 밀리지 않았다. 비록 졌지만 많은 희망을 봤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나달은 2008년 윔블던 대회(잔디코트)에서 접전 끝에 페더러를 꺾은 뒤부터 클레이코트가 아닌 다른 코트에서도 페더러에 대한 자신감을 이어갔다. 2012년 호주오픈은 비록 패했지만 나달에게 ‘조코비치’라는 새로운 숙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 경기였다고 하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나달은 “작년에 6번 상대해 전부 졌던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천금의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은 잊겠다. 다만 작년에 일방적으로 밀렸던 상대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에는 조코비치에게 심리적으로 진 상태에서 경기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절대 밀리지 않았다. 비록 졌지만 많은 희망을 봤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나달은 2008년 윔블던 대회(잔디코트)에서 접전 끝에 페더러를 꺾은 뒤부터 클레이코트가 아닌 다른 코트에서도 페더러에 대한 자신감을 이어갔다. 2012년 호주오픈은 비록 패했지만 나달에게 ‘조코비치’라는 새로운 숙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 경기였다고 하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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