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53분 멜버른 혈투서 나달 격파
5세트 접전끝 3대2 마무리…100살 맞은 호주오픈 2연패
작년부터 메이저대회 3연패…프랑스오픈 우승만 남겨둬
5세트 접전끝 3대2 마무리…100살 맞은 호주오픈 2연패
작년부터 메이저대회 3연패…프랑스오픈 우승만 남겨둬
#. 노박 조코비치(25·세르비아·세계 1위). 작년 4대 메이저대회 중 프랑스오픈을 빼고 모두 이겼다. 도통 지지를 않아 “인간이 아니다”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2012년 첫 메이저대회. 반드시 이겨야 했다. 만년 3인자에 머물렀던 그로선, 작년 한 해 ‘반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1세트 자신의 첫 게임을 브레이크당한 뒤 라켓을 내던지기도 했다. 분노의 표출이었고, 승리에 대한 갈망이었다.
#. 라파엘 나달(26·스페인·2위). 작년 프랑스오픈 우승 뒤 윔블던, 유에스(US)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연달아 졌다. 작년만 상대 전적 6전 전패.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에게 겨우 빼앗은 세계 1위 자리도 내줬다. 올해는 꼭 이기고 싶었다. 4세트 3-4로 뒤진 8번째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겨우 지킨 뒤에는 거의 울부짖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행위였다. 반드시 설욕이 필요했다.
승리를 열망하던 두 선수의 대결은 29일 저녁 7시30분(현지시각)께 시작돼, 30일 새벽 1시4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비 때문에 경기가 잠깐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도 역대 호주오픈 최장시간인 5시간53분 동안 이어진 대혈투. 올해로 100살을 맞은 호주오픈은 조코비치의 3-2(5:7/6:4/6:2/6:7/7:5), 극적인 역전 승리로 막을 내렸다. 특히 조코비치는 5세트 2-4, 수세에 몰린 가운데서 경기를 뒤집는 뒷심을 발휘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그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찢으면서 포효했다.
2년 연속 호주오픈 우승이자 작년 윔블던, 유에스오픈 이후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 통산 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우승 상금 230만호주달러(27억원)를 움켜쥐었고, 나달을 상대로는 최근 7연승의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역대 상대성적은 14승16패.
조코비치는 이틀 전 열린 4강전에서 앤디 머리(영국·4위)와 5세트 4시간50분 동안의 혈투를 벌이고 하루밖에 못 쉬었는데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예리한 백핸드 다운더라인 샷이 일품이었다. 조코비치가 공격을 성공할 때마다 여자친구 옐레나 리스티치는 관중석에서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면서 박수를 치는 등 열정적인 응원을 선보였다. 조코비치는 시상식에서 “나달과 나는 오늘 테니스 역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승자가 둘이 될 수는 없었다”며 나달을 위로했다. 조코비치는 또 세르비아 조국과 가족, 볼보이 그리고 여자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달은 준우승 시상식에서 관중을 향해 “굿 모닝”이라는 아침 인사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지만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아쉬움이 컸다. 나달은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3회 연속 결승전에서 패한 ‘불운의 사나이’가 됐다. 나달은 지난해 윔블던과 유에스오픈에 이어 호주오픈에서도 모두 조코비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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