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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며느리도 모르는 프로 감독의 수명 ‘얼추 2년’

등록 2011-12-28 20:18

야구·축구 등 4대 스포츠 분석
김응룡 18년·신치용 17년 등 일부 사령탑만 ‘장수’
프로축구 한팀서 29년간 25명 선임 등 단명 많아
성적·운 좋아야 오래가…잦은 교체는 팀에도 ‘독’
목을 쳐라!

프로 감독은 취임 순간부터 사표를 가슴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 <한겨레>가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 스포츠 감독의 재임기간을 창단부터 통계분석했다. 그랬더니 감독의 수명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첫해 팀을 꾸리고, 밑그림을 그려, 완성된 팀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어쩌랴! 수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이 보장된 감독의 목숨은 파리 목숨인 것을.

■ 프로농구가 가장 긴 2.73년 1982년 야구, 83년 축구, 97년 농구, 2005년 배구 등 4대 스포츠가 프로화됐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각 팀의 사령탑 재임기간(대행 및 대행기간 포함)을 따져보니 프로농구(2.73년)>프로야구(2.61년)>프로축구(2.49년)>프로배구(2.23년) 차례였다. 과거 신선우 감독은 현대와 후신인 케이씨씨(KCC)에서 도합 8년간 연속 재임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98년부터 4개 팀을 번갈아 맡으며 14년간 지휘봉을 잡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해태 김응룡 감독이 18년(83~2000년) 동안 타이거즈를 이끌며 9번이나 우승했다. 수원 삼성 축구단 또한 1996년부터 16년 동안 단 3명의 감독만 있었다. 그러나 고양 원더스 야구단의 코치인 김광수 전 두산 감독대행은 4개월만 거쳐갔고, 올 시즌 초반 FC서울의 황보관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6개월도 안 돼 잘렸다. 극과 극이다.

■ 독이 든 성배 엘지 야구 감독 프로야구 구단 중 가장 많은 사령탑이 거쳐간 곳은 엘지 트윈스(전신 MBC 청룡 포함)다. 지난 30년 동안 감독 취임식만 15차례였다. 이 중 3명은 두차례 사령탑을 맡았고 대행체제 또한 여러번 있었다. 감독이 수시로 바뀌니 엘지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나온다. 같은 기간 잠실구장을 나눠 쓰는 두산의 사령탑은 단 7명(대행 제외)뿐이었다. 프로농구에서는 에스케이(SK) 나이츠가 15년 동안 7명 감독을 영입했다. 대행체제도 2차례나 됐다. 99~2000 시즌 챔피언전에서 우승했던 에스케이는 2001~2002 시즌 이후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모구단의 재력으로 스타급 선수나 감독을 영입하고 팬동원력도 리그 톱 수준이지만 성적은 나오지 않는다. 프로축구에선 부산 아이파크가 29년 동안 25명 감독(대행 포함)이 거쳐갔다.

■ 성적만이 살길이다 프로배구의 경우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실업 시절까지 포함해 17년째 장수 집권하고 있다. 이유는 성적이다. 기본적으로 우수 선수를 다수 보유했고, 최근에는 외국인 거포 가빈 슈미트의 힘에 기대면서 프로 5회, 실업 8회 등 13번 우승 이력을 쌓았다. 지난해부터 삼성 계열의 축구, 야구, 농구 감독들이 차례대로 경질됐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신선우 전 현대, 케이씨씨 감독은 97년부터 2005년까지 4차례 우승했다.

그러나 상위권 성적이 늘 감독들의 ‘목숨’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이나 여자배구 흥국생명 황현주 감독 등은 팀을 늘 우승권에 올려놓고도 시즌 도중 경질됐다. 프로야구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은 임기를 4년이나 남기고,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잘하고도 구단이나 협회 상층부의 의중에 따라 잘렸다.

■ 운이 따라야 생명도 연장 감독들은 1~2년 내에 성과물을 내야만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구단의 압박이나 팬 등살에 살이 쪽 빠진다. 오죽하면 전직 농구 감독은 “대학 감독 때보다 스트레스가 20배”라고 했을까. 능력이 뛰어나도 선수가 받쳐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선수 잘 만나는 운이 생명 연장에 결정적일 때가 많다. 이와 반대로 잦은 사령탑 교체는 지도자가 꽃을 피울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있다. 팀 화합을 망치면서 부진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986년 이래 쭉 앨릭스 퍼거슨 감독만을 고집하면서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우뚝 섰다.

프로와 아마추어에서 12번 ‘잘린’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감독 자신이 살려면 팀이 죽는다. 팀과 선수를 살리려면 감독이 먼저 죽어야 한다”고 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게 스포츠 사령탑의 운명이라면, ‘사즉지생, 생즉지사’의 각오로 임하라는 얘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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