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15승 1위 비결은
세터 유광우 물오른 공배급
석진욱 등 수비진도 한단계↑
신치용 감독 맥짚는 용병술
세터 유광우 물오른 공배급
석진욱 등 수비진도 한단계↑
신치용 감독 맥짚는 용병술
‘배구 명가’ 삼성화재가 독주중이다.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V리그 켑코와의 원정경기에서 3-1로 역전승하면서 시즌 15승(1패)을 채웠다. 현재로선 뚜렷한 ‘대항마’도 보이지 않는다. ‘가빈의 삼성화재’,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삼성화재 독주의 힘은 무엇일까. 켑코전이 그 답을 보여줬다.
■ 주연은 가빈 2m8의 장신 외국인 공격수 가빈 슈미트는 이날만 40득점을 쓸어담았다. 이번 시즌 16경기 평균득점은 34.75. 남자 선수들 중 경기당 평균득점이 30점을 넘는 유일한 선수다. 공격성공률도 혼자 60%(62.0%)가 넘는다. 공격뿐만이 아니다. 힘있고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진용을 흐트러 놓으면서 세트플레이를 막는다. 팀 동료 석진욱은 “가빈은 공격도 좋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일 때 잘 뚫어준다. 우리 팀에서 절대적”이라고 했다. 신춘삼 켑코 감독은 “높이도 좋으면서 파워까지 갖추기 힘든데 가빈은 다 갖췄다. 이번 시즌엔 힘의 조절까지 배웠다. 괴물이 맞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가빈과 ‘찰떡호흡’ 유광우 삼성화재는 1세트를 내줬다. 가빈의 공격이 번번이 막혔다. “세터 유광우와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는 게 가빈의 설명. 하지만 2세트부터 점차 호흡이 들어맞으면서 괴물 본능을 보여줬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유광우-가빈의 콤비플레이 문제로 한때 꼴찌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처음부터 둘이 완벽한 찰떡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유광우는 올해 세트당 평균 세트플레이가 13.13개로 국가대표 주전 세터 한선수(대한항공·11.64개) 등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 견고한 수비라인 삼성화재 석진욱은 경기 후 신치용 감독으로부터 혼이 많이 났다. 리시브한 공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가는 등 보이지 않는 실수가 많았다는 것. 그래도 감기 기운 때문에 몸이 무거운데도 궂은일을 척척 해냈다. 신춘삼 감독은 “여오현, 석진욱, 홍정표 등 지난 시즌보다 수비 디펜스가 안정된 것이 삼성화재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 삼성화재 공격수 박철우 또한 “석진욱, 홍정표가 없으면 경기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석진욱은 많은 얘기를 해주기 때문에 경기장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정된다”고 했다.
■ 베테랑 감독의 ‘눈’ 1세트를 내주고 2세트 11-12로 삼성화재가 뒤진 상황. 분위기는 분명 켑코였다. 이때 신치용 감독이 김건태 주심에게 켑코의 포지션 폴트를 지적하면서 경기가 10여분간 지연됐다. 김 주심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경기의 흐름은 이때 삼성화재로 넘어갔다. 신춘삼 감독은 경기 후 “결과적으로는 템포를 끊어준 것이니 신치용 감독이 잘 활용한 것이다. 우리가 실력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신치용 감독은 “켑코 세터(김상기)가 4번 자리에 서 있어야 했는데 처음부터 2번 자리에 있었다.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했던 게 아니라 명백한 포지션 폴트였다”고 억울해했다. 신 감독은 4세트 18-19로 뒤진 상황에서도 가빈의 공격이 나간 뒤 상대의 네트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구해 18-20 점수를 19-19로 돌려놨고 결국 세트를 따냈다. 17년 동안 한 팀만 맡아온 베테랑 감독의 ‘매의 눈’이 돋보이는 순간들이었다.
수원/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