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에스케이 감독이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하고 있다.
판정 항의 외야든 1루든 ‘쏜살’
“선수 긴장 풀어주려 과한 행동”
“선수 긴장 풀어주려 과한 행동”
21세기 ‘헐크’는 액션맨이자 러닝맨이었다.
이만수(53) 에스케이(SK) 감독대행은 1997년 현역 은퇴 때까지 주특기인 홈런을 칠 때마다 호쾌한 액션을 선보여 헐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14년이 지난 2011년 가을, 비룡의 사령탑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감정을 폭발시키고, 항의할 일이 있으면 달음박질로 그라운드에 난입(?)한다.
여타 감독들이 대개 굳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지키고, 판정 항의 땐 심각한 표정으로 심판에게 천천히 걸어가는 것과도 대조된다.
16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연장 10회초. 이만수 감독대행은 정상호의 솔로홈런으로 7-6 재역전에 성공하자 선수들과 함께 우르르 더그아웃 밖으로 쏟아져 나오며 펄펄 뛰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본 야구팬들한테는 그런 모습도 각별한 볼거리다.
심판 판정에서도 액션 스타는 다르다.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그때그때 의심스런 장면이 나오면 1루건 2루건 사정없이 달려나갔다. 16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자기 팀의 구원투수 박희수에 대한 보크 판정에 항의하러 1루 베이스까지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 6회말 롯데 전준우의 홈런 상황에서도 “공이 그라운드 쪽으로 뻗은 팬의 손에 먼저 맞았다”고 항의하기 위해 득달같이 외야로 뛰어갔다. 열심히 달려가기는 하나 심하게 따지지 않는다. 가만히 서서 심판진의 말에 귀를 기울인 뒤 얌전히 되돌아온다.
이 감독대행은 “심판 판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빨리 항의하고 돌아와야 한다”며 팬들을 생각하는 프로정신을 강조했다. 또 “선수들이 긴장하거나 조금 감정조절이 안 될 때 내 과한 액션을 보고 웃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의도된 행동임을 드러냈다.
야구, 농구, 배구, 축구, 핸드볼 등 구기 종목들 중 현장 감독이 선수들과 똑같이 유니폼을 입는 스포츠는 야구뿐이다. 경기 중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가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를 100% 활용하고 있다. 헐크의 잦은 포효는 올 가을야구의 별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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