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파크
3마리 경주마의 ‘새옹지마’
차밍걸 ‘미숙아 꼴찌마’서 우승다툼 조연으로
루나 절름발이 장애 극복한 ‘전설의 챔피언’
차밍걸 ‘미숙아 꼴찌마’서 우승다툼 조연으로
루나 절름발이 장애 극복한 ‘전설의 챔피언’
말 세 마리가 있다. 무적의 16연승과 만년 꼴찌인 64연패 말, 그리고 불굴의 투지로 기적을 일군 말이다. 세 마리 말의 사연에 인간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한번 귀 기울여보자.
■ 패배 모르는 이민자, 미스터파크(위 사진) 전 이번에도 이겼어요. 2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제10경주(2000m)에서죠. 16번 연속 우승이에요. 한국 신기록이라네요. 뭣 모르고 뛴 데뷔전에서 3위 한 것을 빼면 출전 대회에서 전부 1등을 했답니다. 우등말이라고요?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전 2007년 봄 제주도에서 태어났어요. 제주도 말 생산자가 원래 씨암말로 이용하기 위해 엄마를 미국에서 사왔는데 그때 저는 이미 엄마 뱃속에 있었어요. 외국에서 잉태한 암말이 한국에서 출산하면 포입마라고 해서 한국산으로 인정을 못 받아요. 게다가 어릴 적에 심한 장난꾸러기였던 터라 목장 주인이 저를 거세해 버렸어요. 맨 처음 저를 샀던 목장주의 친구는 제 외모가 싫었는지 며칠 뒤 환불을 요구했어요. 이후에도 저에게 관심을 주는 마주가 없어 승마장으로 팔려갈 뻔하다가 다행히 지금의 마주를 만났죠. 지금까지 제가 벌어들인 상금만 9억원이 넘으니까 저를 겉모습으로만 판단했던 마주들은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겠죠? 전 국산마 대상 경주에는 못 나가요. 다른 친구들처럼 똑같이 한국에서 태어났는데도 차별이 심해요. 그래서 너무 속상하답니다.
■ “포기는 없다” 꼴찌말 차밍걸(사진) 전 태어날 때 체구도 작고 폐활량이 작았어요. 친구들은 보통 500㎏ 나가는데 전 400㎏밖에 안 됐죠. 혈통도 좋지 않았고요. 2008년 1월에 데뷔했는데 4년 내내 지기만 했어요. 다른 말 같으면 벌써 폐기처분됐겠죠. 하지만 전 경주로에서 죽기살기로 뛰었어요. 질 게 뻔히 보여도 결승선까지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했죠. 한번 뛰면 10㎏ 이상 빠져서 친구들은 한달에 한번 뛰는데 저는 두번도 거뜬히 뛰어요. 최근 경주(8월21일)는 참 아쉬워요. 꼴찌로 달리다가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우승까지 다퉜는데 3위가 됐거든요. 그래도 전 기뻐요. 태어나서 3등 한 게 처음이거든요. 64경주 연속 우승하고는 거리가 먼 실패의 기록만 남았지만요. 그런데 저를 보다듬어주시는 최영주 조교사님은 늘 말씀하세요. “세상에는 1등만이 아니라 1등을 돋보이게 해줄 조연도 필요하단다.” 전 꼴등말이지만 앞으로도 절대 포기 안 할 거예요.
■ 장애를 뛰어넘은 절름발이 루나(사진) 전 태어날 때부터 앞다리를 절었어요. 다리 인대 염증 때문이었죠. 그래서 명문 혈통임에도 몸값이 970만원(역대 최저가)밖에 안 됐어요. 2005년에는 천장골관인대염이라는 진단까지 받았어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엄청 아팠죠. 그래도 조교사님(김영관)은 저를 포기 안 하셨어요. 매일 인삼과 영양제를 먹여주셨죠. 경주마용 수영장(50m)에서 하루 5~6바퀴 돌았어요. 저도 오기가 나서 잘 따라갔죠. 결과가 어땠느냐고요? 전 오너스컵 특별경주(2008년) 우승 등 총 33경기에 출전해 13승을 올렸어요. 상금으로 7억5700만원이나 벌었고요. 절름발이라는 불편함을 힘과 순발력으로 이겨낸 결과였죠. 조교사님 말이 맞았나봐요. “신은 하나를 안 주었으면 그 대신 다른 하나를 반드시 준다.” 전 지금 은퇴해서 임신 중이에요. 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챔프’도 7일 개봉했답니다. 비록 절름발이로 태어났지만 꽤 괜찮은 삶 아닌가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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