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스포츠
육상, 빙상, 야구, 사이클 등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왜일까.
맨 처음부터 육상 트랙 경기가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때는 시계 방향으로 달렸다. 하지만 1912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총회에서 ‘모든 트랙 경기의 달리는 방향은 왼쪽’으로 규정했다. 수많은 선수들이 “고대 그리스 올림픽 때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시계 방향으로 달리는 것은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게 정말 정말 편할까. 같은 조건에서는 시계 방향보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릴 때가 기록이 더 좋게 나온다고 한다.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뇌과학이론에 따르면 우뇌는 좌뇌보다 공각지각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왼쪽 눈을 통해서 공간을 더 잘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좌뇌는 오른쪽을 지배하기 때문에 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 즉 왼쪽으로 돌 때가 더 편하고 빠르게 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시계 반대 방향이 유리하다는 설도 있다. 오른손잡이는 오른발, 왼손잡이는 왼발이 발달한다. 트랙 곡선 주로를 달릴 때는 곡선 안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하고 속도를 유지하려면 안쪽 팔다리는 작게, 바깥쪽 다리는 크게 움직여야 한다. 오른손잡이는 왼쪽을 버팀목으로 하고 오른쪽을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 더 편하고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구 자전에 따른 인간본능설도 있다.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동쪽 방향으로 돈다. 인간은 지구 자전을 몸소 느끼지는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지구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게 익숙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심장이 왼쪽에 있어서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치우친다는 설도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지만 그렇지 않은 종목도 물론 있다.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과 경마가 좋은 예다. 보통은 반대 방향으로 돌지만, 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도 많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장 트랙에 대한 공인 규칙은 없다. 지형·지물에 따라 시계 방향으로도 돈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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