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숫양의 머리 우승 트로피
아하! 스포츠 우승트로피의 세계
북아일랜드 출신 대런 클라크는 140회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렸다. 은제 주전자인 클라레 저그는, 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뜻하는 ‘클라레’와 술주전자의 한 종류인 ‘저그’가 합해진 말이다. 151년 역사의 가장 오래된 스포츠 이벤트 우승자가 받는 트로피가 술주전자라는 사실은 다소 의아스럽지만, 19세기 말 영국 사람들의 보르도산 와인 사랑을 짐작하고 남음이다. 브리티시오픈 초기에는 우승자에게 챌린지 벨트라고 하여, 최고급 염소가죽과 은제 버클로 만들어진 벨트가 주어졌다. 그러나 톰 모리스가 3년 연속 우승하면서 벨트를 영구적으로 가져가 1873년부터 새롭게 수여된 게 클라레 저그다.
클라레 저그처럼, 일반 ‘컵’ 모양이 아닌 트로피는 꽤 된다. 가장 최근에 선보여 스포츠 팬들의 눈길을 끈 것은 마드리드오픈 테니스 트로피다. 스위스 디자이너가 대회 개최 10년째를 기념해 제작한 마드리드 트로피(아래)는, 주요 그랜드슬램 우승자 이름이 새겨진 32개의 테니스 라켓으로 장식돼 있다. 금으로 만들어졌고 라켓 끝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이 트로피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가져갔다.
방패 모양의 트로피도 많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과 축구협회(FA)컵 우승팀이 격돌하는 ‘커뮤니티 실드(방패)’의 승자는 이름대로 방패 모양의 트로피를 받는다.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팀들도 방패를 뜻하는 ‘마이스터샬레’를 거머쥐기 위해 시즌을 치르고, 테니스 윔블던 여자단식 우승자 또한 접시 모양의 ‘비너스 로즈워터 디시(접시)’ 트로피를 받는다.
스코틀랜드에는 박제된 숫양의 머리(위 사진)를 우승 트로피로 주는 골프클럽도 있다. 숫양 머리 트로피 역사는 15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마스터스 골프에서는 트로피 대신 그린 재킷이 우승자에게 수여된다. 우리나라도 한솔코리아오픈 테니스 우승 트로피가 도자기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스위스 디자이너가 마드리드오픈 테니스 대회 개최 10년째를 기념해 제작한 마드리드 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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