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포바 2대0으로 눌러
체코 선수로 3번째 우승
코치 “두뇌가 최고의 무기”
“내 침착함에 나도 놀랐다”
체코 선수로 3번째 우승
코치 “두뇌가 최고의 무기”
“내 침착함에 나도 놀랐다”
21년만에 ‘왼손잡이’ 윔블던 우승 크비토바
가르친 코치들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정작 선수인 페트라 크비토바(21·체코·8위)는 침착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 무대인데도 표정 변화 없는 냉혈적인 모습이었다. 마리야 샤라포바(24·러시아·6위)라고 주눅들지도 않았다. 서브 에이스로 2-0(6:3/6:4) 승리를 확정한 뒤, “포인트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나를 보고 나 또한 놀랐다”고 했다. 우승 소감 때는 로열 박스에 앉아 있던 역대 윔블던 우승자들을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강심장’은 우승 쟁반을 들고서야 스물한살 아가씨로 돌아왔다.
■ 새로운 잔디코트의 여왕 2일 밤(한국시각) 크비토바는 강한 왼손 서브, 빠른 리턴샷, 강력한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선보였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포핸드 크로스 다운드 라인(가로지른 직선 샷)은 위력적이었다. 키가 커서 움직임이 다소 둔한 샤라포바를 꼼짝 못하게 하는 빠르고 정교한 샷이었다. 국가 대항전인 페더레이션 컵 미국팀 주장인 메리 조 페르난데스는 외신에서 “잔디코트는 강한 샷을 때리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윌리엄스 자매도 그래서 오랫동안 윔블던에서 강했다”며 “크비토바는 낮은 자세에서 안정되고 강력한 샷을 때려냈다. 왼손잡이라는 점도 상대를 많이 괴롭혔다”고 분석했다. 2년반 동안 크비토바와 함께 한 데이비드 코츠야 코치는 “대단히 영리한 선수다. 뛰어난 두뇌야말로 그의 최고 무기다”라고 했다. 크비토바는 2009년까지 잔디코트에서 4패만 당했으나, 약점을 보완하면서 2010년 이후에는 16승2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 제2의 나브라틸로바? 크비토바가 태어난 1990년은 ‘철의 여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마지막으로 윔블던 정상에 섰던 해다. 크비토바는 체코 출신이고, 같은 왼손잡이인 나브라틸로바를 우상으로 여겼다. 크비토바는 이날 로열 박스에서 그에게 응원을 보낸 나브라틸로바, 야나 노보트나(1998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윔블던 정상에 선 체코 선수가 됐다. 윔블던에서만 9차례 우승했던 나브라틸로바는 “크비토바에게서 전율을 느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고, 앞으로도 윔블던에서 얼마든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16살이 될 때까지 테니스코트가 4개밖에 없는 인구 6000명의 소도시에서 자란 크비토바는 윔블던 이전 투어 대회에서 4번 우승했는데, 3번을 올해 일궈냈다.
■ 젊어진 세계 여자 테니스 크비토바는 2004년 17살 나이로 우승을 거머쥔 샤라포바 이후 가장 어린 나이로 윔블던을 제패했다. 그만큼 그동안 여자 테니스계는 베테랑들의 무대였다. 그러나 윌리엄스 자매가 서른을 넘기면서 주춤하고, 킴 클레이스터르스(28·벨기에·2위)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하면서 신진 세력들이 차세대 테니스퀸을 넘보고 있다. 올해 윔블던 8강에 오른 선수들 면면을 보면 마리옹 바르톨리(27·프랑스)를 제외하고 7명 선수들이 모두 24살 이하였다. 현재 세계 1위 카롤린 보즈니아키(덴마크)도 21살이다. 이 때문에 8월 말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유에스(US)오픈은 신구세력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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