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첫 갈라쇼
가로 12m, 세로 12m 무대는 샘솟는 감정들을 표현해내기에는 비좁아 보였다. 음향이 체육관을 뒤덮고 몸과 선율은 하나가 됐다. 리듬체조가 경쟁의 틀을 벗고 몸의 예술이 된 순간 팬들은 황홀한 경험을 했다. ‘요정’ 손연재(17·세종고)가 빚은 마술의 세계랄까.
손연재가 11~12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 특설무대에서 열린 ‘엘지(LG) 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1’ 갈라쇼에서 강렬한 연기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팔과 어깨를 드러낸 섹시한 검은색 의상은 청순한 이미지에서 변화를 시도한 파격이었다. 생애 첫 갈라쇼였고 경험이 부족해서 섬세한 표현력은 다소 떨어졌으나 특유의 환한 표정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갈라쇼를 무사히 마친 손연재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준비한 만큼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쳐서 기분이 좋다. 관중과 어떻게 호흡하는지 알게 됐다. 표현력도 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함께 모이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공연을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몸짓 하나하나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배우게 됐다”며 “앞으로는 많은 관중이 모여도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리듬체조의 여왕’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러시아)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무대 위로 올라와 우아한 연기를 선보였고, 안나 베소노바(우크라이나), 다리야 콘다코바(러시아) 등이 유연한 몸짓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여러차례 다양한 의상과 소품으로 스토리를 담은 열정적인 공연을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카나예바는 “좋은 선수들과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연재는 13일 전지훈련지인 러시아로 날아가 후반기 대회와 9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준비한다. 세계선수권 15위 안에 들면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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