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챔피언십 우승 간담회를 다녀왔다. 삼성화재 훈련은 고되기로 소문난 터. 2010년 입단한 센터 지태환은 “거의 죽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팀보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다. 옆에 있던 선배 고희진이 의미심장한 말로 거들었다. “훈련량이 몸에 배면 큰 선수가 돼 있을 거야.”
야구 칼럼에 웬 배구 얘기냐 싶겠다. 하지만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떠오르는 야구 감독이 있다. 에스케이(SK)의 김성근 감독이다. 에스케이 스프링캠프에는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중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반복된 훈련으로 수비 기본기를 몸에 배게 만든다. 다른 구단들도 이제는 경쟁적으로 캠프 훈련량을 늘리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역시 수비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에스케이나 삼성화재 모두 수비력, 조직력은 리그 최고로 꼽힌다.
김성근 감독과 신치용 감독은 지도 스타일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마다 매일 1시간씩 선수들에게 강의를 한다. 강의 내용은 야구를 떠나 인생 전반에 관한 것이다. 에스케이 선수들도 “야구를 하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신 감독도 1주일에 1~2시간 배구 외적인 것에 대해 얘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목적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다.
김성근 감독은 재일동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야구판에서 차별받으면서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 우승의 기쁨도 예순을 훌쩍 넘겨 맛봤다. 이에 비해 신치용 감독은 삼성화재라는 튼튼한 울타리에서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김세진, 신진식 등 특급선수들을 이끌고 많은 우승을 경험했다. 김 감독의 야구가 잡초 같았다면, 신 감독의 배구는 좀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처한 환경은 달랐으나 두 베테랑 감독의 신념은 한결같다. 무서우리만치 승부에 집착한다. 수싸움도 최고다. 선수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한다. 그래도 선수단 불만은 적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시즌 뒤 연봉이나 보너스로 보상받기 때문이다.
두 감독 모두 혹사 논쟁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때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에게만 공격 기회를 몰아주는 ‘몰빵배구’로 비난을 받았다. 에스케이도 불펜 위주로 팀을 꾸려가면서 중간 계투진을 자주 등판시킨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도 선발이 아닌 변칙적인 불펜야구로 우승을 했다. 몰빵배구든 벌떼야구든 팀 사정상 이기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승리지상주의는 팬들 사이에서 두 감독의 호불호를 극명하게 가른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성적이 절대선이다. 반대파조차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들의 장인정신이다. 집요함이나 지도력에서 그들만한 스포츠 장인도 없지 않은가.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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