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첫 메이저 대회 ‘프랑스 오픈’ 제패
육상 허들 류샹에 비견 중 “역사적 우승” 환호
육상 허들 류샹에 비견 중 “역사적 우승” 환호
120년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 금발도 아니고, 파란 눈도 아니었다. 옆집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얼굴. 그 아줌마 같은 푸근한 미소에 13억 중국인들은 감전됐다. 4일 밤 세계 7위인 중국의 리나(29)가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5위)를 2-0(6:4/7:6<7-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오른 감동의 단면이다. 1891년 시작된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사상 첫 아시아 여자선수의 메이저 제패라는 신기원도 열었다.
6살 때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고, 코치의 권유로 8살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한 리나의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은 타고난 하드웨어와 국가 시스템의 산물이다. 1m73, 65㎏의 당당한 체격인 리나는 힘이 좋다. 주원홍 전 삼성증권 감독은 “어릴 적 챌린저 대회를 뛸 때 봤는데 키가 커서 느릴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체력이 서양 선수 못지않다”고 말했다. 서브 속도가 빠르지 않고, 특별한 주무기도 없다. 그러나 베이스라인에 머물면서 은근하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무너뜨린다. 20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이 나이에 은퇴를 생각하는 국내 선수들과 대조된다.
중국에서 테니스는 아직도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축구, 농구, 탁구에 이어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많은 투자를 해왔다. 테니스 코트는 3만개 이상 생겼으며, 테니스 인구는 1400만명으로 증가했다. 2007년 이후부터는 12살 이하 어린이들을 발굴해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리나를 비롯해 펑솨이(25위), 장솨이(76위), 정제(80위) 등이 세계 여자 테니스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나이키 등 세계적인 테니스 메이커들은 중국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는데, 시장 규모는 연간 40억달러로 추정된다.
남자 테니스에서는 중국계 마이클 창(미국·39)이 17살이던 1989년 역대 최연소로 프랑스오픈을 제패한 적이 있다. 이번 리나의 우승은 육상 110m 허들의 류샹(중국)이나 수영 올림픽메달리스트 박태환 등에 이어 테니스에서도 서양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과 유럽 선수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던 테니스계에서 “역사적인 우승”을 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신화통신>은 5일 누리집 머리기사로 실은 논평을 통해 “리나가 1등이란 성적 외에도 미소와 솔직함으로 서양인들을 탄복시켰고, 중국의 뛰어난 외교관 구실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양희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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