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노, 죽은 연인 위해
프랑스 오픈 출전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 ‘눈물’
프랑스 오픈 출전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 ‘눈물’
비르지니 라자노(28·프랑스·세계 96위)는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왜일까? 그의 셔츠 앞에 달린 검은 리본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라자노는 1주일 전 약혼자이자 코치였던 스테판 비달(32)과 영원한 이별을 했다. 비달은 9년 동안 뇌종양과 싸우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라자노에게 남긴 말은 “프랑스오픈에 꼭 참가해라”였다. 자신을 잃은 슬픔에 잠겨 연인이 테니스 라켓을 놓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라자노는 24일(이하 현지시각) 파리 인근 롤랑 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1라운드를 치렀으나 야르밀라 가이도쇼바(호주·26위)에게 0-2(3:6/1:6)로 완패했다.
죽은 연인의 목걸이를 코트로 갖고 온 라자노는 “몇해 전 밸런타인데이 때 스테판에게 선물했던 것인데 나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해서 그가 늘 하고 있었다. 마지막 숨을 거둘 때도 걸고 있었다”며 “앞으로는 내가 이 목걸이를 계속 차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 나서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스테판이 원했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라자노는 슬퍼하며 롤랑 가로스에 안녕을 고했으나 라파엘 나달(25·스페인·세계 1위)은 안도하며 코트를 떠났다. 나달은 4시간1분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m6의 장신 존 이즈너(미국·39위)를 3-2(6:4/6:7/6:7/6:2/6:4)로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통산 6번째 우승을 노리는 나달은 “내가 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세계 여자 1위 카롤린 보즈니아키(덴마크)는 25일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3라운드에 진출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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