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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리본’에 연인의 소망 담았지만…

등록 2011-05-25 17:23수정 2011-05-26 08:44

라자노, 죽은 연인 위해
프랑스 오픈 출전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 ‘눈물’
비르지니 라자노(28·프랑스·세계 96위)는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왜일까? 그의 셔츠 앞에 달린 검은 리본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라자노는 1주일 전 약혼자이자 코치였던 스테판 비달(32)과 영원한 이별을 했다. 비달은 9년 동안 뇌종양과 싸우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라자노에게 남긴 말은 “프랑스오픈에 꼭 참가해라”였다. 자신을 잃은 슬픔에 잠겨 연인이 테니스 라켓을 놓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라자노는 24일(이하 현지시각) 파리 인근 롤랑 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1라운드를 치렀으나 야르밀라 가이도쇼바(호주·26위)에게 0-2(3:6/1:6)로 완패했다.

죽은 연인의 목걸이를 코트로 갖고 온 라자노는 “몇해 전 밸런타인데이 때 스테판에게 선물했던 것인데 나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해서 그가 늘 하고 있었다. 마지막 숨을 거둘 때도 걸고 있었다”며 “앞으로는 내가 이 목걸이를 계속 차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 나서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스테판이 원했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라자노는 슬퍼하며 롤랑 가로스에 안녕을 고했으나 라파엘 나달(25·스페인·세계 1위)은 안도하며 코트를 떠났다. 나달은 4시간1분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m6의 장신 존 이즈너(미국·39위)를 3-2(6:4/6:7/6:7/6:2/6:4)로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통산 6번째 우승을 노리는 나달은 “내가 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세계 여자 1위 카롤린 보즈니아키(덴마크)는 25일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3라운드에 진출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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