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오, 강영숙, 정의경
김학민, 점프·체공력 앞세워 토종공격수 체면 살려
황연주, 이적 뒤 ‘훨훨’…신인상 6년만에 최우수선수
황연주, 이적 뒤 ‘훨훨’…신인상 6년만에 최우수선수
김학민(28·대한항공)의 키는 1m92다. 배구 공격수치고는 작다. 하지만 서전트 점프(제자리뛰기)가 90㎝에 이른다. 그래서 별명이 ‘라면’이다. ‘한번 뜨면 위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내려온다’는 농담을 빗댔다. 외국인선수를 통틀어도 그만큼 높이 뛰는 선수가 없고, 체공력도 길다. 씨름과 육상선수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튼튼한 하체와 타고난 순발력, 후천적 노력이 최고 공격수를 빚어낸 것이다.
김학민은 19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0~2011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다. 남자배구를 양분해온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외의 팀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리그에서 공격 종합 1위(55.65%)를 차지한 김학민은 52표 중 31표를 얻었다. 가빈 슈미트(삼성화재)에게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으나 만년 3위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우수선수 투표는 정규리그 직후 이뤄지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활약도는 반영되지 않는다. 토종 선수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에 뽑힌 것은 후인정(2005 시즌), 박철우(2008~2009 시즌·이상 현대캐피탈)에 이어 3번째이다. 김학민으로서는 2006~2007 시즌에 신인왕을 거머쥔 이후 4시즌 만에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김학민은 중학교 3학년 때 1m83의 키에 제자리 점프로 3m5 높이의 농구림을 잡았다. 이런 용수철 탄력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배구에 입문했다. 때문에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프로 무대에서는 포지션이 라이트여서 외국인 선수와 종종 자리가 겹쳐 출전 기회도 부족했다. 그러나 평범한 서브를 대포알로 개선하고, 체력과 수비력을 끌어올리면서 무섭게 급가속을 했다.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자리를 옮기는 변화 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박철우(삼성화재), 문성민(현대캐피탈) 등 간판스타들을 제치고 토종 공격수 1인자가 됐다. 김학민은 “내년에는 마지막까지 잘해서 반드시 통합 우승을 이룬 뒤 군에 입대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여자부 최우수선수는 황연주(25·현대건설)가 뽑혔다. 황연주는 27표를 받아, 11표에 그친 몬타뇨(한국인삼공사)를 제쳤다. 2005년 신인상을 거머쥐었던 황연주는 흥국생명 시절 후배인 김연경에게 밀리면서 그동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건설로 옮기면서 절치부심해, 팀을 통합챔피언으로 이끌면서 챔프전에 이어 정규리그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로도 선정됐던 터라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았다.
황연주는 “그동안 우승을 많이 했지만 항상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있었기에 한번도 타보지 못한 상”이라면서도 “‘2인자의 설움’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우수선수 상금은 500만원.
남자 신인선수상에는 박준범(23·KEPCO45)이 불과 1표 차이로 곽승석(23·대한항공)을 따돌리고 영예를 안았다. 유효표(52표)에서 박준범은 26표, 곽승석은 25표를 얻었다. 역대 최우수선수 및 신인왕 투표에서 1표 차이로 희비가 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 여자부 신인상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표승주(19·도로공사·45표)가 차지했다. 신인상은 200만원의 상금과 루키 목걸이를 부상으로 받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