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서 올해 첫 승…대회 7연패 달성
향후 2달여 흙코트 대회…전경기 승리 주목
향후 2달여 흙코트 대회…전경기 승리 주목
2003년 4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투어 3라운드(32강전). 열여섯살 스페인 소년은 씩씩하게 클레이코트를 누볐다. 그는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 두 경기를 이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1세트는 팽팽했다. 하지만, 결국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상대인 기예르모 코리아(아르헨티나)에게 아깝게 0-2(6:7/2:6)로 패했다. 마스터스 데뷔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지만, 소년의 전설은 그때 시작됐다.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라파엘 나달(25·스페인)이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나달은 18일(한국시각)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서 끝난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투어 단식 결승에서 같은 스페인 출신의 다비드 페레르(세계 6위)를 2-0(6:4/7:5)으로 꺾었다. 우승 상금은 43만8천유로(6억9천만원). 2005년부터 이어온 대회 연승기록도 ‘37’로 늘리면서 7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나달이 몬테카를로에서 패한 것은 2003년 3라운드가 마지막이다. 2004년은 부상으로 참가하지 않았다. 투어 대회에서 특정 선수가 7연패를 한 것은 남녀 통틀어 나달이 처음. 나달은 “몬테카를로는 내 테니스 인생이 시작된 곳이라서 느낌이 더 특별하다”고 했다.
나달은 작년 10월 일본 오픈 우승 뒤 준우승만 3차례 했다. 그동안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세계 2위) 등에게 덜미가 잡히면서 세계 1위 체면을 구기곤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클레이코트 시즌이 시작되면서 나달의 반격이 시작됐다. 몬테카를로 대회부터 프랑스 오픈(5월23일 개막)까지 두달여 동안 남자프로테니스 투어는 클레이코트에서만 진행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클레이코트의 황제, 나달의 진면모가 드러날 기회인 것이다. 나달은 지금껏 투어대회에서 44차례 우승했는데, 이 중 30번을 클레이코트에서 일궈냈다. 클레이코트 승률이 무려 92.9%(208승16패)에 이른다.
나달은 어릴 적 축구 선수로 뛴 경험 덕에 발이 빠르고, 양손잡이였다가 테니스 수비 때 유리한 왼손잡이로 바꾸면서 바운드가 느린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테니스코트가 대부분 클레이코트인 스페인에서 나고 자란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공의 회전 속도가 분당 평균 3200번(최고 4900번·보통 선수의 공은 1800~1900번)인 그의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는 그를 클레이코트뿐만 아니라 하드·잔디 코트에서 천하무적으로 만들고 있다.
나달의 다음 표적은 19일 열리는 바르셀로나 오픈이다. 나달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5연패를 한 바 있다. 조코비치는 참가하지 않지만 앤디 머리(영국·4위)는 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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