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5개 산을 달려온 산악마라톤 참가자들이 19일 북한초등학교 설치된 골인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67km 산악마라톤대회 동호인 갈수록 늘어 불암산 -> 수락산 -> 사패산 -> 도봉산 -> 북한산 불-수-사-도-북.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나,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다섯 글자를 보고 가슴이 뛰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 다섯 글자는 엄청난 도전 정신과 인내력, 그리고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후 3~4시께, 북한산 기슭의 북한초등학교 교정에는 조그만 배낭을 멘 채 거친 숨을 내뿜으며 산에서 뛰어 내려오는 이들로 공간이 메워지기 시작했다. 새벽 4시부터 산을 타기 시작해 거의 12시간 동안 5개의 산을 넘어 온 현대판 ‘축지법’을 쓰는 이들이다.
이른바 오산 종주 산악마라톤대회는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등 5개 산의 주봉이 있는 주능선을 종주(67㎞)하는 대회다. 애초 일부 산악인들이 2~3년 전부터 토요일 저녁부터 야간 등반을 시작해 불-수-도-북의 4개 산을 밤새워 종주하던 것을 본떠, 마라톤 동호인들이 여기에 사패산을 끼워 넣어 야간이 아닌 낮에 다섯 산을 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추어 마라톤 동호회인 ‘런다이어리 산악마라톤 모임’이 마라톤 동호인을 대상으로 개최한 이 대회의 올해 참가자는 300여명. 3년 전 첫 대회의 참가자가 60여명인 것에 비하면 산악마라톤 동호인이 크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참가자들은 배낭에 간편식과 물을 넣고 다람쥐들처럼 산을 오르내린다. 올 우승자는 구자영(46·인터콘티넨탈호텔)씨로 8시간12분17초의 기록을 냈다. 참가자의 기록 제한은 12시간59분59초이다. 이날 참가한 300여명 가운데 200여명이 제한시간 안에 들어왔다. 구씨는 “마라톤은 딱딱한 아스팔트를 달리는 데 비해, 산악마라톤은 부드러운 산길과 바위 등 다양한 곳을 달릴 수 있고, 온몸의 근육을 골고루 쓸 수 있어 몸과 마음에 매우 좋은 운동”이라며 “미리 연습을 하고 대회에 참가하면 부상 없이 누구나 완주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10여개의 산악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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