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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과거 월드컵 출전 회상
“다른 나라팀, 한국 상대해주지 않아
현지 동네 조기축구팀과 연습경기”

등록 2010-06-11 14:04수정 2010-06-11 16:26

홍명보 감독이 10일(현지시각)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쌓이자 비교적 편안하게 자신의 과거 월드컵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영상갈무리/ 김창금기자
홍명보 감독이 10일(현지시각)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쌓이자 비교적 편안하게 자신의 과거 월드컵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영상갈무리/ 김창금기자
“정신력밖에 없어…즐기겠다고 말했다간 경기 못뛰었을 것”

“과거엔 긴장하거나 겁먹고 우리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 많아”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축구 대표팀 분위기에 반가움을 표시했다. 하나은행과 함께 남아공에 잔디 경기장을 건립해주는 활동을 펴온 홍 감독을 10일(현지시각)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만났다. 대표팀의 월드컵 B조 첫 경기를 위해 포트엘리자베스행 티켓을 쥔 홍 감독은 취재진에 둘러쌓이자 비교적 편안하게 자신의 과거 월드컵 기억을 회상했다.

홍 감독은 “90년대 월드컵 나갈 때 기억나는 것은 정신력밖에 없었다. 이거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운을 뗐다. 현재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이 “유쾌한 경기를 하겠다”고 말하고, 이청용이 당돌하게 “즐기면서 하겠다”는 말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홍 감독은 “당시엔 우리 선수들이 지겹도록 들은 것이 정신력과 체력 딱 두가지밖에 없었다”고 경직됐던 분위기를 증언했다. 반면 “외국인 선수들은 월드컵 출전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즐거워 했다”며 “만약 우리 선수중에 누군가가 월드컵을 즐기면서 하겠다고 말했다가 감독한테 걸렸다면, 그 선수는 경기에 뛰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불과 20년 전에 자신이 겪었던 월드컵의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무엇보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게 천추의 한이다. 홍 감독은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는 시차 극복없이 경기에 나갔다”며 지금처럼 보름 이상의 완벽한 환경 적응 기간을 부러워했다. 그는 “당시 평가전 팀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다른나라 대표팀은 아예 우리를 상대해주지 않았다”며 “독일에선가 클럽팀인 도르트문트와 연습경기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그런데 도르트문트 친구들이 마치 아시아 투워하듯이 성의없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들어가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홍 감독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한 동네 3부쯤 되는 팀, 그러니까 조기 축구회팀과 연습경기를 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현재 대표팀이 누리는 복지혜택도 과거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다. 홍 감독은 “우리 때는 한식이라고는 구경도 못했다. 지금처럼 주방장까지 동원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94년 미국월드컵 때는 더우니까 스테이크 많이 먹으라고 했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겨워서 먹기 힘들었다”고 소개했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먹는 양이 많지 않다. 또 단백질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어서, 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을 짠다. 그러나 ‘고기먹고 힘낸다’는 정서가 당시엔 강했던 것 같다. 홍 감독은 “한식을 먹게되면 아무래도 심리적인 안정감에 좋을 것”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빨래나 공에 바람 넣는 것, 아이스박스 챙기는 것 등 모든 잡일도 (황) 선홍이랑 같이 했다”며 “지금처럼 장비기계도 많지 않았고, 주무는 행정에다 언론담당에다 식당 어렌지 등 1인 5역은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선수들은 20명 가까운 지원요원들이 현지에 따라나와서 연습훈련 때 공이 나가면 가져오고, 방도 1인1실로 쓰고 있다.


홍 감독은 이번 월드컵 전망과 관련해, “과거 경험으로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스스로 먼저 무너지는게 많았다. 우리가 너무 긴장했다든가, 상대 유명선수 얼굴만 보고도 겁낸든가 하면서 우리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홍 감독은 “ 만약 지금도 그렇다면 위험하지만, 요즘 대표팀 선수들을 보면 해외 경험도 많고 전혀 그런 문제가 안보인다”고 확신했다. 홍 감독의 표정으로 볼 때 우리 대표팀이 과거와는 다른 자신감으로 제대로 싸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역력했다.

포트 엘리자베스/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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