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호주·카타르·미국 등 5파전 양상
“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피파가 도와야” 강조
“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피파가 도와야” 강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가 열린 10일(현지시각) 요하네스버그 샌턴 컨벤션센터.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려다 우연히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정몽준(59) 피파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 6.2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3일 한나라당 대표에서 사퇴한 뒤 곧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였다. 정 부회장은 “5일부터 이곳에서 2022년 월드컵 유치활동을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선진국들이 다들 월드컵 유치한다고 하니,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는 “잉글랜드는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했는데 또 월드컵 유치하려 하고 있고, 2014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브라질도 2016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했다”며 “선진국들이 다 월드컵을 유치하려 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피파는 올해 12월2일 스위스 취리히 집행위원회에서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하는데, 2018년은 유럽 쪽이 가져갈 것이 유력하다. 잉글랜드를 비롯해, 러시아, 네덜란드-벨기에, 스페인-포르투갈 등이 경합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월드컵은 비유럽권인 한국, 일본, 호주, 카타르, 미국 등 5파전 양상을 띠고 있는 형국이다.
정 부회장은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해놓고 왜 또 하려하는냐 묻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때는 일본과 관계개선하려고 한 것이며, 절반 밖에 못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단독으로 개최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 남북관계 안 좋은데, 12년 후 전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이 월드컵 개최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피파가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월드컵 개최지 결정이 5개월 정도 남았는데, 집행위원들을 시간나는 대로 만나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 여론조사처럼 돼야지 출고조사처럼 되면 안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기자들이 강도를 당하는 등 안전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는데 피파는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프 블라터 회장은 이 얘기만 하면 막…”하며 뭔가 말하려다 말을 끊었다.
지방선거 이후 자신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진퇴양난’의 처지임을 비쳤다. “계속 있으면 계속 있다고 뭐라고 할 것이고, 가면 간다고 뭐라고 할 것이고 어떻게 할지 좀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방선거 강행군 뒤 남아공까지 건너와 피파 회의 참석과 월드컵 유치 활동 등 쉼없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그 때문인지 인터뷰 중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요하네스버그/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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