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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탄환’ 속도 9초 77

등록 2005-06-15 18:53수정 2005-06-15 18:53


자메이카의 영웅 아사 포웰 100분의1초 진보

전광판엔 9초78‥ 정밀판독서 ‘대기록’

그랑프리 3연속 우승뒤 올림픽선 5위


전광판에 찍힌 기록은 9초78. 이때까지만 해도 아사파 파월(22·자메이카)은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주인공이 아니었다. 미국의 팀 몽고메리가 2002년 9월14일 파리에서 작성한 세계기록(9초78)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분 뒤 전광판에는 공식 기록이 9초77로 정정됐다. 결승선 센서로 측정한 임시 기록과 달리, 정밀 사진판독 결과 0.01초가 단축된 것이다. 새로운 ‘인간 탄환’은 이처럼 몇 분의 산고 끝에 극적으로 탄생했다.

▲ 자메이카의 아사파 포웰이 15일(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IAAF) 슈퍼그랑프리 치클리티리아 남자 100m 달리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아테네/AP 연합
15일(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05 국제육상연맹(IAAF) 슈퍼그랑프리 치클리티리아 남자 100m 달리기. 아사파 파월은 총알처럼 질주한 끝에 9초77로 결승선을 끊어 세계 육상사를 새롭게 썼다. 이날 뒷바람은 초속 1.6m로, 뒷바람 한계선인 초속 2m 안쪽에 있었다. 2m를 넘으면 비공식 기록이 된다.

파월은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딴 저스틴 게이틀린(미국) 등에 밀려 5위로 처졌다. 올림픽 직전 레이스에서 모리스 그린(미국)을 잇달아 제압하고, 그랑프리대회 3연속 우승을 이뤄내는 등 혜성처럼 등장한 그였지만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올 들어 시즌 최고인 9초84(5월9일)를 찍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목사의 아들로 “아버지의 신앙심이 나를 이끌었다”고 말한 파월. 그의 형제 5명은 모두 육상 선수일 정도로 스피드를 타고 났다. 형 도노반 파월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00m 계주팀에서 뛰었다. 파월은 1999년 형을 따라 미국 텍사스로 건너가 훈련했지만, 한때 형이 육상을 그만두라는 말을 했을 만큼 초반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파월의 우상은 모리스 그린이었다. 파월은 “언제나 그린처럼 되고 싶었다. 그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신기록 작성으로 국제육상연맹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파월은 당분간 전성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맞수로는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게이틀린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대럴 브라운 등이 있다. 파월은 “시간이 내 편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록을 깨뜨리는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100m 인간 한계는?

육상 100m는 찰나의 스포츠다.

빠르게 달리는 원초적 본능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100m 달리기의 기록은 항상 도전의 목표였고, 벽이기도 했다. 인간 능력의 한계라던 10초 벽이 깨진 것은 1968년. 짐 하인즈(미국)가 9초95를 기록한 것이다. 15일 아사파 파월이 9초77를 기록함으로써, 37년 만에 0.18초를 더 줄인 셈이 됐다.

기록 단축을 위해 인간이 보인 노력은 가히 눈물겨울 정도다.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얼굴과 손가락만 밖으로 나오도록 유니폼을 디자인하기도 했고, 신소재 섬유 개발과 초경량 신발 제작으로 기록 단축을 도왔다. 또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내기 위해 단거리 선수들은 육체미 선수 같은 우람한 하체 근육을 만들어 왔다. 단거리 출발신호인 ‘땅’ 소리 뒤 0.1초 안에 출발할 경우 실격인데, 파월은 이날 0.150초의 출발 반응시간으로 대기록을 작성했다.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치타는 시속 100km(100m는 3초60)로 달릴 수 있다. 가장 빠른 인간의 3배 수준. 그렇다면 육상 남자 100m기록의 한계는 어디일까?

일본의 한 스포츠 학자가 역대 육상 선수들의 장점만을 모아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한계는 9초50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또 미국의 한 스포츠 학자는 9초34가 한계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0.01초를 줄이는 데 갈수록 시간이 늦춰지고 있다. 국제 육상계가 스타트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세계반도핑기구가 대대적으로 금지약물 단속에 나서면서 100m 기록을 앞당기는 일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9초60을 넘어 9초50의 벽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상이다.

한편, 여자 100m 세계기록은 88년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가 세운 10초49다. 남자 100m 한국기록은 79년 9월9일 멕시코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서말구(해군사관학교 체육과 교수)가 세운 10초34로 2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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