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D조 조별리그 한국과 미국전에서 안정환(가운데)이 후반 33분 1-1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설기현(왼쪽), 최진철(오른쪽)과 함께 스케이트 타는 시늉을 하며 2002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의 ‘오노 액션’으로 골 뒤풀이를 하고 있다. 대구/김진수 기자
골만큼 기대되는 골세리머니
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이야기 / 4년을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 때마다 언론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게 바로 골 뒤풀이(세리머니)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장면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세요? 얼마 전 한 독자(아이디 hjkim)가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1982년 스페인월드컵 결승전 때 마르코 타르델리(이탈리아)의 세리머니를 꼽더군요. 그는 “당시 서독과의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두번째 골을 터뜨린 뒤 눈물을 흘리면서 펼친 타르델리의 열정적이고 강렬한 세리머니 때문에 이탈리아의 열성 팬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 장면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결승전은 7월12일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9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이탈리아는 후반 12분 당시 최고의 영웅 파올로 로시의 선제골이 터진 12분 뒤 타르델리가 아크 부근에서 강력한 슛을 꽂아넣으며 3-1 대승을 거뒀습니다. 슛을 네트에 꽂아넣은 뒤 선수가 펼치는 뒤풀이는, 축구장에선 또 하나의 감동적 볼거리이자 문화입니다. 저로서는 1994년 미국월드컵 때 브라질의 베베투가 호마리우 등 동료들과 함께 보여줬던 ‘아이 어르기 골 뒤풀이’가 가장 아름답고 유쾌함을 자아냈던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골 뒤풀이 미학의 극치였다는 생각입니다.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가 2002 한·일월드컵 때 골을 성공시킨 뒤 벗어든 상의를 오른손으로 팽이처럼 뱅뱅 돌리며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도 두고두고 인상적이었고요. 오른손 검지를 치켜들고 실실 웃으면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달리는 호나우두도 그랬습니다. 4년 전 독일월드컵에서는 에콰도르의 이반 카비에데스가 교통사고로 숨진 대표팀 후배를 추모하기 위해 노란 스파이더맨 가면을 뒤집어쓴 뒤풀이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뒤풀이는 바로 그 후배가 즐겨하던 것이었다나요. 그렇다면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뒤풀이는 어땠을까요?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 한국 선수로는 본선무대 사상 첫골을 터뜨린 박창선. 그는 아르헨티나와의 A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3으로 지던 후반 28분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가른 뒤 특별한 뒤풀이 없이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앉아 좋아하는 모습만 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김종부, 최순호, 허정무 등의 골이 터졌지만 그다지 인상적인 뒤풀이는 없었던 것 같네요.
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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