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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잊은 잠실구장 “식스팩? 에이트팩은 돼야죠”

등록 2009-12-27 21:58

김광수(왼쪽 위), 이진영(왼쪽 아래), 이대형(오른쪽) 등 엘지 선수들이 잠실구장에서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엘지 트윈스 제공
김광수(왼쪽 위), 이진영(왼쪽 아래), 이대형(오른쪽) 등 엘지 선수들이 잠실구장에서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엘지 트윈스 제공
프로야구 LG 선수들 주5일 겨울훈련
‘자율야구’ 두산은 훈련도 자율적으로




매섭던 동장군의 기세가 한 풀 꺾였던 22일 잠실구장. 기온은 조금 올라갔어도 그늘에 있으면 옷을 두툼이 입어도 추웠다. 외야에서 한 선수가 달리기를 하고 있다. 두산 포수 최승환(31)이다. 방금 전까지 그는 실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도느냐”고 물으니, “매일 30분 정도 뛴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하다.

최승환을 흘끔 바라보면서 한 선수가 방망이를 들고 엘지 쪽 덕아웃으로 걸어 들어간다. 며칠 뒤면 결혼하는 엘지 최동수(38)다. “새신랑이 피부 나빠지겠다”고 농담을 던지자, “책임질 가족 한 명이 느는 것인데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짐짓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운동 아니면 딱히 할 일도 없다”며 “아침 9시쯤 운동장에 나와 오후 4시쯤 집에 간다”고 했다. “토·일요일 빼고 주 5일 운동하니까 딱 공무원 생활”이라며 껄껄 웃기도 했다.

잠실구장 3루 쪽 엘지 웨이트 트레이닝장. 이대형(26)이 10㎏ 납이 든 조끼를 입고 10여분 넘게 매트리스 위에서 뜀뛰기를 하고 있다. 힘겨운 기색이 역력하다. “초콜릿 복근은 그냥 만들어지겠다”는 말에 “우린 ‘식스팩(6줄 복근)’은 안 껴줘요. 적어도 ‘에잇팩(8줄 복근)’은 되야죠”라고 한다. 쉰소리가 아닌 듯하다. 곁에는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가 “하나, 둘, 셋” 구령을 쩌렁쩌렁 외치고 있다. 선수들과 보조를 맞춰주기 위해 소리를 계속 지르는 통에 지인을 만나면 “노래방 갔다 왔냐”는 물음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타격왕’ 박용택(30)은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짐볼(무릎 높이의 공)을 갖고 유연성 훈련을 하는 중이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엉덩이가 더 탱탱해졌다”고 말할 여유는 있다. 연말 행사 참가로 훈련시간이 부족했을 듯 싶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행사 일정이 잡혀 있으면 새벽 5시부터 나와서 훈련 다 하고 가야 해요. 결혼한 사람들은 신혼여행 때 빼먹은 것까지 주말에 와서 해야고요.” 김용일 코치가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정성훈(29)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치고 실내 타격훈련장으로 향한다. 박종호, 최동수 등 여러 선수들이 이미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한쪽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띈다. ‘오늘 흘린 땀이 내일의 결실이 된다.’

반대편 두산의 실내 훈련장. 윤석환 투수 코치가 2m7 장신인 좌완 신인 투수 장민익(18)을 조련중이다. 상·하체를 모두 이용해 공을 던지라는 주문이다. 윤 코치는 “지금 신인들을 봐줘야 캠프 때 기존 선수들과 공평하게 지도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에는 김선우(30)가 눈에 띈다. “며칠 전 미국 플로리다에서 귀국했다”며 “많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이날은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잠실구장에서 캐치볼을 했다.

두산의 훈련은 엘지에 견줘 체계적이지 않다. 코치들과 트레이너들이 번갈아가며 구장으로 나오지만 신인급 위주로 지도한다. 민병헌, 이종욱, 최승환 등 기존 선수들은 스스로 짠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단체훈련도 엘지는 1월7일에 시작하지만, 두산은 1월17일에야 들어간다. 엘지 고참 선수는 “두산 선수들은 스스로 몸을 다 만들고 단체훈련에 참가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경문 감독님이 절대 기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김 감독이 채찍질한 자율경쟁이 두산 선수들의 겨울 훈련 풍속도를 바꿔놓은 셈이다.

두산과 엘지의 겨울 훈련 모습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비활동기간에 땀을 흘리는 목표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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