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시즌초 내리 5패…연승으로 자신감 회복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4일 오전, 대한항공 선수들은 경기도 수원 훈련장 근처의 관교산을 올랐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었다. 권혁삼 대한항공 사무국장은 “전날 큰 경기(현대캐피탈전)도 이겼고, 감독 교체 후 선수들도 부담감이 많은 터라 겸사겸사 산에 간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일부터 진준택 감독이 총감독으로 물러나고 신영철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진 감독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팀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의미가 컸다. 진 감독은 6일 열린 삼성화재전에서 1세트를 따내고도 진 뒤 “자주 역전패를 당하는 것은 감독 책임이 아니겠느냐”며 사퇴 뜻을 밝힌 바 있다.
일단 사령탑 교체의 가시적 성과는 나오고 있다. 10일 우리캐피탈전에서 3-0으로 이겼고, 13일에는 반 박자 빠른 토스와 공격으로 ‘난적’ 현대캐피탈을 3-0으로 물리쳤다. 2009~2010 시즌 개막 뒤 상위 3팀(삼성화재, LIG손보, 현대캐피탈)에 내리 5전 전패를 당했던 터라 현대캐피탈전 승리는 나름 의미가 컸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그나마 반격의 도약대를 마련하게 됐다”며 안도하는 이유다. 잇따른 승리로 대한항공은 승률도 5할(6승5패)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회복한 게 큰 소득이다. 대한항공이 올 시즌 당한 5패 중 2경기(11월1일 LIG손보전, 6일 삼성화재전)는 첫 세트를 따내고도 졌고, 1경기(11월3일 현대캐피탈전)는 5세트 매치포인트만 남겨둔 14-11에서 대역전패를 당했다. 경험 부족을 이유로 들기엔 너무나 뼈아픈 패배들이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전 완승을 계기로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여자배구에선 지에스칼텍스가 2007~2008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된 뒤 챔피언에 등극했고, 2008~2009 시즌에는 사령탑이 두 차례나 바뀐 흥국생명이 챔피언십 왕좌에 올랐다. 시즌 중 감독 교체의 극약처방을 꺼낸 대한항공이 시즌 전 예상대로 우승 후보로 발돋움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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