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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체력·배짱 무적 연아

등록 2009-10-18 21:08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첫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영화 007시리즈 주제음악에 맞춰 환상적인 연기를 펼친 뒤 활짝 웃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첫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영화 007시리즈 주제음악에 맞춰 환상적인 연기를 펼친 뒤 활짝 웃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그랑프리 1차대회 프리스케이팅·총점 신기록
성공률 낮은 점프 과감히 포기…완성도로 승부
절대강자는 달랐다.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1)가 1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열린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트로페 에리크 봉파르) 우승으로 ‘독주 시대’를 열었다. 프리스케이팅 신기록(133.95점), 총점 신기록(210.03점)에 팬들은 전율을 느꼈다. 얼굴 표정에서 손끝까지 더욱 강한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가장 높게 도약할 때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경쟁자들은 바짝 긴장했다.

■ 완성도 높아진 연기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처음 선보였다. 이전까지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었다. 그러나 트리플 플립에 자주 어텐션(주의) 마크가 주어지자 장기인 트리플 러츠 점프로 대체했다.

효과는 컸다. 어텐션 논란을 잠재웠고, 기본점수(9.50→10.0)는 더 높아졌다. 성공률이 낮았던 트리플 루프는 뺐다. 김연아는 데뷔 초반에도 트리플 악셀에 관심을 보이다가 연습 때 몇 번 시도한 뒤 포기했다. 성공률이 낮은 점프에 매달리기보다는 연기 폭과 프로그램 완성도에 승부를 걸었다.

■ 가산점의 여왕 김연아는 이번 그랑프리 1차전 프리스케이팅에서 타이밍을 놓쳐 두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을 건너뛰었다. 0점 처리돼 기본점수 5.5점을 손해봤다. 하지만 김연아는 역대 최고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기록했다. 한번의 점프 실수를 상쇄시킬 만큼 높은 가산점(GOE)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산점은 점프의 높이와 완성도에 따라 받는다. 교과서 점프를 하는 김연아는 구성요소마다 보통 0.1점~2.0점의 가산점을 받는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8.9점, 프리스케이팅에서 12.6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아사다 마오(일본) 등 다른 선수들의 가산점은 쇼트와 프리 부문을 다 합해도 10점 이하였다.


‘피겨 퀸’ 김연아의 최근 3년 성적
‘피겨 퀸’ 김연아의 최근 3년 성적
■ 체력이 달라졌다 데뷔 초기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는 가슴을 졸였다. 연기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면서 힘에 부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비(IB)스포츠로 적을 옮기고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새로운 지도자로 맞으면서 달라졌다. 체계적인 관리로 고관절 부상에서 벗었났고, 체력이 보강됐다.

프리스케이팅 4분여 연기동안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자신감도 더 충만해졌다. 넘어지거나 실수를 해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더욱 빛나는 연기로 점수를 만회했다. 쏟아지는 관심에 스트레스를 받을 만도 하건만, 이젠 그 스트레스를 즐길 정도가 됐다.


■ 조급해진 아사다 아사다의 승부수는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이었다. 그러나 점프 종류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트리플 악셀은 성공률이 낮다.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차례 뛰어 한번만 성공했다. 성공 여부에 따라 점수 차이도 많이 났다. 트리플 악셀 연습에만 몰두하면서 다른 점프의 질은 낮아졌다.

아사다는 “다음 대회에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트리플 악셀을 성공할 수 있도록 지금의 감각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아사다로서는 트리플 악셀 성공만이 김연아를 꺾을 유일한 무기다. 하지만 성공률이 떨어지면서 조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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